손아섭(33·NC 다이노스)이 야구를 시작한 부산과 프로 선수로 첫발을 내디딘 롯데 자이언츠를 떠났다.
무엇보다 '우승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함과 아쉬움이 컸다.
손아섭에게 2021년 12월 24일은 '생애 가장 정신없는 하루'였다.
NC는 이날 "자유계약선수(FA) 손아섭과 4년간 계약금 26억원, 연봉 총액 30억원, 인센티브 8억원을 합쳐 총액 64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지인과 취재진의 전화에 응대한 뒤 손아섭은 차분하게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팬들을 위한 편지'를 썼다.
손아섭은 "내 생애 가장 어려운 결정을 했다. 15년의 프로 생활 중 가장 마음이 무거운 날"이라며 "사랑하는 롯데를 떠나겠다는 결정을 한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진심으로 사랑하는 팬 여러분이었다"라고 운을 뗐다.
손아섭은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 양정초교에서 야구를 시작해 개성중, 부산고를 거친 그는 운명처럼 2007년 2차 4라운드 29순위로 고향 팀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했다.
그는 "24년 전 양정동 뒷골목에서 처음 야구공을 손에 쥐던 순간부터 내 꿈은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는 것이었다"며 "드래프트 되던 날 떨리는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떨리는 손으로 그토록 꿈꾸던 롯데 유니폼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처음 사직구장 타석에 섰던 2007년 봄을 잊지 못한다. (개명 전) 손광민이었던 스무 살의 어린 나에게 응원을 보내주신 팬들의 목소리가 생생하다"며 "가진 건 패기밖에 없던 내가 첫 안타를 치고, 첫 득점을 하고, 첫 홈런을 치는 모든 순간에 소중한 팬이 계셨다"고 덧붙였다.
2010년 롯데 주전 외야수로 자리 잡은 손아섭은 2017시즌 종료 뒤 첫 FA 자격을 얻었고, 롯데와 4년 98억원에 잔류 계약을 했다.
그러나 두 번째 FA 계약은 NC와 했다.
손아섭은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라 평생 부산을 떠나본 적이 없다. 다른 유니폼을 입은 내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다"며 "글을 올리는 지금도 (롯데를 떠나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늘 '롯데 우승'을 꿈꿨다. 그러나 롯데는 1992년 이후 20년 가까이 우승하지 못했다.
롯데를 떠나는 순간, 손아섭은 "롯데를 우승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가장 아쉬워했다.
손아섭을 아끼는 롯데 팬들도, 그의 이적에 충격을 받았다. 인터넷 야구 커뮤니티에는 손아섭을 잡지 못한 롯데 구단을 성토하는 글이 쏟아졌다.
그러나 손아섭의 새 출발을 응원하는 팬들도 있다.
손아섭은 "팬들의 성원과 응원 모두 가슴 속에 품고 잊지 않겠다"며 "새로운 팀 NC에서 인사드리겠다"고 썼다.
그는 장문의 편지 말미에 현재 모든 감정을 압축해서 담았다.
"사랑하는 팬 여러분,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