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에 수습 맡긴 윤석열… 이준석·장제원 충돌
이 대표는 전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2015년쯤부터 진박(진짜 친 박근혜)이란 사람들이 나타났을 때 제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지금 비겁한 사람들도 나중에 벌 받을 것"이라며 윤핵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날 KBS 라디오에선 윤핵관으로 장제원 의원을 지목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선대위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장제원 의원이 저도 모르는 얘기를 막 줄줄이 내놓기 시작한다"라며 장 의원을 "비선, 정치장교, 블랙요원"이라고 주장했다.
당내 갈등이 수습되지 않고 더 커지는 양상을 보이자 당장 윤 후보의 조직 관리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윤 후보는 앞서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전 공보단장이 충돌하며 선대위 지휘 체계 자체가 흔들렸을 때도 "그게 바로 민주주의 아니겠는가"라고 양비론을 취하는 듯 방관자적 모습을 보였다. 윤 후보는 이후에도 특별한 메시지 없이 선대위 내홍 수습의 전권을 김종인 위원장에게 넘겼다. 최고결정권자로서 윤 후보의 '결단'은 보이지 않았다.
선대위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준석 대표가 나가도 너무 나가긴 했지만, 이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득표에 플러스 요인이 있는 사람"라며 "선거에 필요하다면 후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후보가 상황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통화에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인 리스크엔 선긋기… 실언에 장모 유죄 판결 악재도
허위 이력 의혹에 휩싸인 부인 김건희 씨 논란에 대해서도 윤 후보는 딱히 대응이라고 부를 만한 것 없이 이슈가 지나가기만을 바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17일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그 자체만으로도 제가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사과했지만, 구체적 해명 등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그사이 뉴욕대 연수 논란 등 추가 의혹이 나왔고, 김종인 위원장도 지난 21일 CBS 라디오에서 "한번쯤은 후보 배우자가 나와서 사과해야 된다"고 말했지만, 윤 후보는 다음날인 22일 언론 인터뷰에서 "(아내의 선거 등판)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다"라고 김 씨에 쏠리는 관심 차단에 나섰다.
이에 당 내 한 원로는 통화에서 "윤 후보 슬로건이 공정과 상식 아닌가"라며 "김 씨 의혹을 두고 이미 국민들은 상식에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의 소극적 태도가 일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 속에도 선대위 내에선 "선대위 갈등에 후보가 개입하면 일이 더욱 커진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는 목소리가 크다. 국민의힘 안팎과 선대위 내부 시각 사이에 온도 차가 느껴진다. 그 사이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결과가 나오는 등 선거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선 4자 가성 대결에서 이재명 후보가 35%의 지지율로 1위에 올랐고, 윤 후보는 29%로 2위를 차지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후보가 상황 관리에 소극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후보 자신이 리스크 발원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연이어 구설에 오른 게 대표적이다. 이번주 호남 일정에서만 "극빈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른다", "80년대 민주화운동은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따라 하지 않고, 외국에서 수입한 이념에 사로잡혔다" 등의 논란성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윤 후보의 취약점 중 하나로 꼽혔던 처가 리스크 관련해서도 장모 최 씨가 이날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등의 혐의로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는 등 악재가 겹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