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 '예고살인' 스토킹에 죽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들 ② 스토킹 신고 급증하는데…구멍난 '법'에 현장만 '답답' ③ 스토킹 법 보완돼도…수사기관·사법부 인식 개선 따라야 (끝) |
스토킹처벌법이 시행 2개월이 지났지만, 피해자 보호에 대한 법과 현장 운용에 개선점이 필요하다는 여성단체의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스토킹피해자 보호법도 입법예고된 상태지만, 처벌법·보호법과 같은 제도가 뒷받침되더라도 이를 수행하는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인식 개선이 없다면 피해자는 끊임없이 고통을 받을 거라는 지적이다.
창원여성살림공동체 이경옥 대표는 지역의 한 여성단체 대표이자 온라인 스토킹 피해자다. 이 대표는 남성 유튜버 A씨가 지난해부터 자신의 얼굴을 악의적으로 편집한 영상을 온라인에 무단으로 올리고 집요하게 적시한 악성 댓글 등으로 피해를 봤다.
이 대표는 모욕죄 등 혐의로 지난해 5월 A씨에 대해 고소를 진행해 현재 정식 재판을 받고 있지만, 일련의 수사·재판 과정 등에서 여러 불편함을 보고 느꼈다고 한다. 특히 경찰이 피해자가 과잉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피해자 보호를 하는 데 인식이 부족하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피해자 중심으로 시각을 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성인지 감수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스토킹으로 불안해 하는 일반 피해 여성 인식과 과잉 반응이라고 생각하는 경찰의 인식 사이에 큰 괴리가 있다"며 "최근 스토킹 범죄가 끔찍하게 여러 살인 사건으로 커진 것도 피해자가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으면서 발생한 것이다. 결국에는 현장의 경찰관들이 성인지 감수성이 높았다면 그런 끔찍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 않았을까"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피해자 중심으로 시각을 전환해 성인지 감수성 교육과 성평등 교육 등으로 경찰의 여성피해 사건에 대한 대응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에서는 정기적으로 이런 교육을 통해 스토킹 전담 경찰관들을 배출하고 스토킹 범죄에 민감하게 대응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단체는 이처럼 법이 제도의 빈틈을 메우려는 만큼 수사기관뿐 아니라 사법부에서도 성인지 감수성의 제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래야만 보복성이나 재범 우려가 짙은 스토킹 범죄 특성을 감안하고, 구속영장 발부나 양형 선고 등에서 가해자 처벌과 함께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스토킹 등 여성폭력 재판을 모니터링 하면 재판에서 법관이 양형 기준 등으로 볼 때 다소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판결을 할 때가 있다"며 "심지어 창원과 서울의 비슷한 사건에서 양형 기준이 다르다고 느낄 때도 있는데, 사법부에서는 스토킹 처벌법과 보호법이 생기는 만큼 인식 개선과 함께 양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세웠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