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만남을 통한 힘 실어주기에 그치지 않고 '국가비전과 통합위원회' 위원장직까지 맡으며 이 후보를 '제대로' 밀어주기로 한 만큼, 향후 '스피커'로서의 역할과 통합 시너지 효과에 대한 당내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두 손 맞잡은 李와 李…"후보와 결 다른 얘기 할 수 있다"며 쓴소리 예고도
이 후보와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후 51일 만이다.
이 후보와 두 손을 맞잡은 이 전 대표는 이 후보의 도와달라는 부탁에 "네"라고 답함은 물론, 이 후보와 함께 '국가비전과 통합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선대위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이 전 대표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때로는 후보나 당과 결이 조금 다른 얘기도 할 수 있을 것이며 이에 대해 후보도 수용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감면 여부를 둘러싸고 이 후보와 정부, 청와대가 엇박잘를 내는 등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선대위 활동과 관련해 가감 없이 조언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풍부한 중앙정치 경험과 당내 통합 완성에 대한 기대감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냄은 물론 전남지사와 5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축적한 경험을 선대위의 비전 제시나, 정부 관료들과의 소통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가 그간 '변방의 소수파'로 활동했기 때문에 이른바 주류 엘리트층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 전 대표는 총리를 비롯해 안정적인 국정운영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채울 수 있다"고 기대했다.
미완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당내 통합을 마무리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남 출신인 이 전 대표는 고향인 광주·전남지역 경선에서 이 후보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경선 막판 3차 슈퍼위크에서 무려 62.37%를 얻으며 당내 지지층의 상당한 지분을 확인했다.
경선 결과에 승복은 했지만 이후 개인 일정 소화를 이유로 이 후보의 호남 행보에 동행하지 않는 등 개별 활동을 펼치면서 당내 지지층이 하나로 뭉치지 못했다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 전 대표의 선대위 합류와 함께 한동안 당을 떠나있던 호남 인사들의 당적을 적극 복권해 호남에서의 지지율 반등을 꾀할 계획이다.
아울러 그간 선대위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던 이른바 '이낙연계' 의원들의 활동의 폭 또한 넓어질 전망이다.
"실질적 역할 할 것" vs "실무에 도움 되겠나"
이 전 대표 측은 이 전 대표가 '국가비전과 통합위원회' 위원장으로서의 활동 뿐 아니라 당내 중량감 있는 인사로서의 역할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조직이 구성돼 활동 중인 선대위 내의 구체적인 실무를 맡지는 않겠지만 공식석상에서의 발언과 SNS 메시지, 방송활동 등을 통해 이 후보와 선대위 활동을 보완하는 이른바 '스피커' 역할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 측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전 대표는 '일회용 포장지로 쓰이는 식으로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분"이라며 "이번 회동을 통해 사진 한 번 찍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내면서 중도층도 끌어당기고, 우리 지지자들도 결속시키는 등의 역할을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후보와 평소 많은 지점을 공유하는 사이가 아닌 이 전 대표가 후보나 선대위를 대신해 적극 활동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이 전 대표의 경력과 지위, 중량감, 스타일 등을 고려할 때 '국가비전과 통합위원회' 위원장 이외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며 "당내 지지층 대통합에 기여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을 하시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