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뉴스]윤우진 사건 핵심 골프장 압수수색, 검찰은 껍데기만 내줬다

뒷돈을 받고 인허가·세무 관련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이한형 기자뒷돈을 받고 인허가·세무 관련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이한형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대표적인 측근 의혹으로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사건이 꼽힙니다. 윤 전 세무서장이 지난 2013년 서울 마장동의 육류업자 김모 씨로부터 골프 접대와 식사 향응 등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는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에서 어찌 된 영문인지 무혐의 처분 된 겁니다.

이런 수사 결과가 전형적인 '봐주기'이고, 그 배경에 윤 전 서장의 친동생이 윤석열 후보의 측근인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인 점이 작용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입니다.

윤우진 사건 수사는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검·경 양 측의 입장은 갈립니다. 경찰은 우연히 발견한 단서에서 시작된 수사라고 설명합니다. 지난 2012년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이모 교수가 뇌물을 받고 학생을 부정 입학시킨 입시비리를 수사하던 중 육류업자 김 씨의 아들을 발견했고, 김씨의 법인세 포탈 혐의와 비자금 조성 혐의를 찾아내 수사를 이어가다 국세청 간부인 윤 전 서장과의 수상한 돈거래까지 포착했다는 겁니다.

반면 검찰은 당시 경찰 수사가 보복성을 띤다고 봅니다. 2012년 검찰이 이철규 전 경기청장을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 했습니다. 당시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 1팀장이 윤대진 대검 첨단범죄수사과장(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이었습니다. 경찰이 보복을 위해 윤 부장의 친형을 노리고 표적 수사를 진행했다는 겁니다. 이런 시각은 2012년 당시 윤 후보가 취재 기자와 나눈 통화 인터뷰에서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윤 후보 : '얘들(경찰)이 자기를 노린다' 이렇게 얘기하더라고. (중략) 어차피 이게 분위기를 딱 보니까 '아, 대진이(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가 이철규를 집어넣었다고 얘들(경찰)이 지금 형(윤 전 세무서장)을 건 거구나'하는 생각이 딱 스치더라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박종민 기자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박종민 기자
CBS가 입수한 경찰 수사 자료와 복수의 당시 수사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서울지방경찰청(현 서울경찰청)은 2012년 2월 말부터 윤우진 사건 내사에 착수했습니다. 그해 7월부터 윤 전 서장과 김 씨가 골프를 쳤다는 인천 영종도 소재 A 골프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이 골프장에서 김 씨가 윤 전 서장뿐 아니라 다른 국세청 직원과 법조인들에게 골프 접대를 했다고 볼만한 정황들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 경찰 작성 '사건송치 의견서' 중 A골프장 총지배인 진술 내용
"윤우진은 한 달 평균, 두 번 이상은 골프장에 내방했고…(중략) 김 씨와 함께 라운딩할 경우 김 씨가 결제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김 씨 카드를 이용하여 윤우진이 결제를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중략) 추후 윤우진의 선수금을 김 씨가 계산해 주는 경우가 있는데 결제된 날로부터 한 달 이내에 모두 소진이 되었고…(후략)"

그런데 경찰이 신청한 1, 2차 압수수색 영장이 연달아 검찰에서 기각됐습니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의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게 기각 사유였죠. 이에 대해 당시 수사 관계자는 "접대 정황을 포착하고 구체적인 사실 확인을 위해 압수수색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구체적인 접대 사실을 다 확인한 뒤에 영장을 신청하라는 지휘로 황당했다"고 말했습니다.

세 번 만에 신청한 영장이 발부됐고, A골프장을 압수수색했지만 성과는 없었다고 합니다. '윤우진'이라는 이름을 아무리 찾아봤지만 골프장 이용객 중 그런 사람이 없었다는 겁니다.

차후 경찰 수사에서 밝혀진 사실관계는 이렇습니다. 윤 전 서장은 최○○, 최△△ 등 2개의 차명을 주로 사용해 골프를 쳤다고 합니다. 최○○ 씨는 김 씨처럼 윤 전 서장의 '스폰서' 의혹을 받는 인물로, 지난 10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한형 기자
경찰은 이후 4번이나 추가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모두 검찰 단계에서 기각됐습니다. 윤 전 서장이 실명이 아닌 가명이나 차명으로 골프를 친 사실을 알아내고 이름과 날짜까지 특정해 신청한 영장이 검찰 단계에서 모두 막힌 겁니다. 사실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 있던 압수수색은 바로 이 4차 영장부터입니다. 결과적으로 육류업자 김씨 로비 정황의 핵심인 A골프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7번 중 1번을 제외한 6번이 모두 반려됐습니다.

만약 당시 경찰이 영장을 발부 받아 윤 전 서장이 차명으로 누구와 함께 골프를 쳤는지 확인했다면 어땠을까요. 당시 경찰 수사 관계자들은 김 씨가 윤 전 서장을 통해 접촉하고 로비한 또 다른 법조계 인물이 누구인지 가늠할 결정적인 단서가 나왔을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현재 A골프장은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10년 가까운 시간도 흘렀습니다. 윤 전 서장과 김 씨가 골프를 쳤던 당시 기록이나 명단이 존재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윤 전 서장과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김 씨가 벌인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기회가 사실상 사라져버린 겁니다.

당시 윤 후보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검사였고, 이 사건을 지휘했던 곳 역시 중앙지검입니다. 윤 후보는 2019년 검찰총장 청문회에서 이 사건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가 이모 변호사를 윤 전 서장에게 소개시켜줬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토론회에서 재차 변호사 소개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정용환 부장검사)에서 다시 한번 윤 전 서장과 관련한 의혹을 수사 중입니다. 더불어 당시 검찰의 봐주기 의혹 역시 살펴본다고 합니다. 당시 윤 전 서장은 해외 도피 중 태국에서 인터폴(국제형사기구·lnterpol)에 붙잡혀 국내로 송환됐습니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해 공항에서 윤 전 서장을 체포하려 했지만 영장이 기각돼 구속되지 않았습니다. 이제라도 당시 드러나지 않았던 사안의 실체가 명확히 밝혀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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