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시간 일하는 제주 택배기사 점심은 딱 20분

제주도, 택배기사 대상 근로 실태조사 결과 발표
욕설 등 인간적 모욕 당하는 경우도 61.3%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계없음. 박진홍 기자
제주 택배기사들이 많게는 하루 12시간이 일하면서도 점심 시간은 20여 분에 불과하고 심한 모욕까지 당하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도내 택배노동자와 이해관계자 260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부터 3개월간 조사한 '제주지역 택배노동자 근로 실태와 근로환경 개선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택배노동자의 주당 근로일수는 주 6일이 58.1%로 가장 많았고, 주 5일은 41%로 조사되면서 평균 5.6일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출근 시간은 오전 6~8시대, 퇴근시간은 오후 6~8시대였고,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0시간 42분이었다.  

특히 물량이 많은 때는 12시간 이상씩 근무하는 경우도 허다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휴식시간은 하루 평균 34분에 불과했는데 이 중 22분이 점심식사를 하는데 사용됐다.

식사는 59.9%가 편의점이나 업무용 차량에서 해결했고 식당에서 안정적으로 먹는 사례는 27.6%에 불과했다.

작업물량은 코로나19 이후 하루 평균 227박스에서 240박스로 8.9% 증가했다.

열악한 근무여건과 더불어 고객에게 부당한 경험을 당한 사례도 허다했다.

1년간 고객으로부터 부당한 경험을 당한적이 있는지 물었더니 61.3%가 욕설이나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답했다.

모욕을 당한 횟수는 연평균 15.7회로 한달에 1차례 이상 고객의 언어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또 2.3%는 신체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답했고 배송과 무관한 집안 일 등을 요구받은 경우도 9.7%가 있었다.

모욕이나 폭행을 당했을 때 대처법으로는 참고 계속 일했다는 응답이 85%로 가장 많았고, 회사를 포함한 기관 도움을 받은 경우는 9.8%에 불과했다.

조사를 수행한 연구진은 "택배업체의 계약내용 외 업무강요나 일방적인 손해배상 책임설정 등 심사 지침이 금지하는 행위들의 구체적 사례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택배노동자와 사용자 간 계약관계에 적용되는 표준계약서의 제작과 확산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화물 상하차·분류 등 노동 강도가 높거나 장시간의 노동력이 요구되는 작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첨단기술장비 도입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택배차량이 정비를 받는 시간에 휴식을 취하거나 택배노동자의 갑질 피해를 대비한 심층 상담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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