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가 선대위 직책을 사퇴한 배경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시스템화된 의사결정구조의 부재, 더 정확히는 공식 시스템을 무력화한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에 대한 불만이 강하게 작용했다. 이 대표는 윤핵관에 포위당한 선대위를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까지 몰고 간 '진박들의 호가호위'와 겹쳐 보고 있다.
22일 이 대표와 이 대표 측 관계자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이 대표는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인 김건희씨 허위경력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두고 당 차원의 방침을 정하자는 의견이 묵살되는 과정에서 선대위 직책 사임을 결심했다.
이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김건희씨 대응 방식에 대해 선대위 회의에서 )대전략을 공유하자, 전략을 정해야 각자 단위에서 홍보물 반영, 공보 반영이 된다는 당연한 얘기를 한 건데, 논의 자체를 못하게 했다"며 "(선대위)회의체가 무엇을 결정하는 지조차 모호했다"고 말했다.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이 대표의 뜻이 당시 공보단장이었던 조수진 최고위원이 주장한 '후보의 뜻'이란 것으로 무산되고, 조 최고위원의 발언과 행동이 "그게 민주주의(윤석열 후보)"라고 정당화되는 상황을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3일 윤석열 후보와의 울산 회동에서 윤 후보가 "이준석이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이 대표는 "익살을 보탠 표현이지만, 선대위의 전결권을 어느 정도 보장하겠다는 것"이라고 봤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윤 후보와의 신뢰마저 깨졌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자신이 참여하는 것으로 돼있는 일정마저 윤 후보 측으로부터 통보 받는 식이었다고 한다. 윤 후보와의 직접 소통도 이달 들어 힘들어지고, 선대위직 사퇴 이후에도 복귀를 요청하는 원내 의원들과는 달리 윤 후보 본인으로부터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
이 대표는 악재가 닥쳤음에도 공식 선대위의 의사결정 과정을 무시하는 '윤핵관'을 과거 '진박'에 비유했다. 과거 '진박'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둘러싸고 호가호위 하면서 객관적 상황 판단을 그르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진박들이 활개 칠 때 위세가 두려워서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조해진, 유승민 의원 등 많은 개혁 성향 의원 짤릴 때 손 놓았다가 결국 그때 총선 패하고 소수 의석 갖게 되고 그 뒤에 국정 혼란, 탄핵까지 갔다"며 "지금 비겁한 사람들 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선대위가 윤핵관으로 불리는 비선라인에 잠식당했다는 이 대표의 문제의식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 위원장이 "이제부터 그립을 세게 잡고 가겠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선대위 조직개편 대신 김 위원장이 총괄상황본부 중심으로 선대위를 장악하겠다는 해결책이 '윤핵관 VS 총괄상황본부'의 갈등 양상으로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이) 큰 줄기를 잡으면 실행조가 있어야 하고 그걸 제가 해야 하는데, 지금은 꼬인 상황이긴 하다"며 "김 위원장도 실행조 진용 짜기가 쉽진 않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실행조 역할을 해야 할 총괄상황본부 핵심 임태희 본부장이나 금태섭 시장 등에 대해서는 "윤핵관 중에 센 사람하고 싸우기엔 좀 그렇다(부족하다)"고도 평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