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2일 "극빈한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해 또다시 논란을 자초했다.
문제의 발언은 호남 지역을 순회 중인 윤 후보가 이날 전북대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이 외부 세력과 통합하면서도 자유주의 정당으로서 지켜야 할 가치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윤 후보는 "자유의 본질은 일정 수준의 교육과 기본적인 경제 역량이 있어야만 존재하고, 개인이 자유가 뭔지 알게 되고, 자유가 왜 필요한지 나오는 것"이라며 '극빈층은 자유를 모른다'는 취지의 위 발언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동체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사회에서 산출된 생산물이 시장을 통해 분배된다"며 "저는 상당한 정도의 세금을 걷어, 어려운 사람과 함께 나눠서 교육과 경제 (기반)의 기초를 만들어주는 게 자유의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n번방 방지법'과 차별금지법을 두고는 각각 "기술적 문제들을 살펴 개정이 필요하다면 해야 하는 것", "개인의 성적 지향은 차별할 수 없지만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많아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윤 후보는 간담회 직후 해당 발언 취지를 묻는 지역언론 기자들에게 "그분(극빈층 등)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도와드려야 한다는 얘기"라며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사는 게 힘들면 그런 걸(자유 필요성) 느낄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난한 사람이나 공부 못 한 사람이나 다 같이 연대해서 자유를 느끼게 하려면 그분들에게 좀 더 나은 경제 여건이 보장되게 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서 자유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위해 공동체가 연대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자유에 관한 인식 자체가 무지할 수 있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은 셈이다.
윤 후보의 이런 발언이 전해지자 여권에선 곧바로 '차별적 인식이 드러났다'며 맹공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선대위 김우영 대변인은 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가난하고 못 배우면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없고 자유롭고 싶어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냐"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헌법전문에 나온 3·1 운동도, 4·19 혁명도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이 일으킨 한국 현대사의 거대한 진보였음을 윤 후보는 모르는 것 같다"며 "이제는 사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밝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선대위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설마 역대급 이 망언 진짜입니까"라며 "차라리 이준석 대표에게 마이크 셔틀을 하시지 그랬냐"고 비꼬았다.
시민사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진보 지식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는 "19세기 존 스튜어트 밀 같은 사람들은 이미 자유를 보편적인 것으로 간주해 가난한 노동자도 자유가 뭔지 인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면서 "윤모(윤 후보)의 사상적 발전은 17~18세기 단계에 머무르는 듯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