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룩북' 논란은 2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여성 유튜버 A씨가 자신의 채널에 '승무원 룩북 / 항공사 유니폼+압박스타킹 코디'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8분 16초 분량의 영상에는 속옷 차림으로 등장한 A씨가 스타킹을 신는 모습과 특정 항공사 승무원 유니폼을 연상케 하는 스커트와 블라우스를 갈아입는 모습이 담겼다.
문제의 동영상이 공개된 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승무원이라는 직업군을 선정적인 소재로 삼아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판과 표현의 자유일 뿐이라는 주장이 맞서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공식 SNS를 통해 "유니폼 디자인권 침해 사항일 뿐 아니라 영상물의 내용은 대한항공 브랜드 및 승무원 이미지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항공 노조는 21일 서울강남경찰서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정보통신망법상 모욕·명예훼손 혐의로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에 앞서 유튜버 구제역은 19일 '승무원 룩북녀를 성매매특별법 위반으로 고발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성 상품화를 넘어 성매매특별법에 위반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A씨가 논란이 된 영상 아래에 "추가 영상과 사진을 보고 싶으면 동영상 플랫폼 '페트리온'에 접속하라"며 링크를 남겼는데 이 플랫폼에 올라온 영상은 법 위반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유튜버 구제역은 "해당 영상은 한 달에 100달러를 결제한 유료 멤버십 회원들에게만 공개하는 영상"이라며 "속옷까지 벗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당사자인 A씨는 "착용한 의상은 특정 항공사의 정식 유니폼이 아니고 유사할 뿐, 디자인과 원단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 해당 영상에 달린 악성 댓글들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사태 추이가 고소·고발로 이어짐에 따라 결론은 법적 다툼을 통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그런데 고소·고발 등 법적 다툼에 앞서 이 문제를 상식선에서 생각해 보면 성을 상품화한 것인지 정당한 표현의 자유인지 여부에 대한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우선 A씨가 문제의 동영상을 올리며 소개한 제목인 '룩북'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룩북'(LOOK BOOK)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패션 관련 제품에 대한 정보를 담은 사진 혹은 영상으로 디자인 경향은 물론 제품과 스타일에 대한 자료를 수록하고 있다'고 기술돼 있다.
즉 '룩북'은 소개하고자 하는 제품이 중심이기 때문에 주안점이 제품의 디자인이나 기능 등에 맞춰져야 하는 것으로 모델은 제품 소개를 위한 부수적인 장치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문제의 동영상은 '룩북'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
TV 홈쇼핑 등에서도 제한된 특정 시간대에 속옷을 착용한 모델이 등장하지만 초점은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이지 모델의 착용 과정이나 특정 포즈 등을 부각하지는 않는다.
특히 유튜버 구제역이 "수위가 너무 세서 보여드릴 수는 없다"며 설명으로 묘사한 유료 멤버십 회원용 영상 내용을 보면 '룩북'의 범주를 넘어도 한참 넘어선 듯싶다.
그는 "A씨가 승무원복을 입고 '손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면서 본인의 허벅지와 엉덩이, 은밀한 부위를 만지는 장면 등이 있다"며 '룩북'이 아니라 '야동'이라고 주장했다.
정보통신망법 44조 7항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음란한 부호, 문언, 음향, 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 판매, 임대·전시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공개된 영상만으로도 논란이 뜨거운데 이를 미끼로 유료 회원을 모집해 수위가 한층 높은 동영상을 제공했다면 상식적으로 이런 행위도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까?
A씨가 게재한 '승무원 룩북'은 특정 항공사 유니폼을 연상케 하는 바람에 논란이 커졌지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유튜브 상에는 이와 유사한 동영상이 즐비하다.
'룩북'은 물론 요가 · 헬스를 비롯해 종류도 다양한 각종 '짤방'들이 넘쳐날 정도다.
이런 '짤방'들의 경우 대부분 성적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장면들을 담고 있어 조회수가 높다.
자칫 호기심에 한두 번만 클릭해도 '알고리즘'이라는 마법에 걸려 휴대폰 속 유튜브는 검색할 때 마다 유사 '짤방'으로 그득하기 십상이다.
'승무원 룩북' 논란은 잇따른 고소·고발로 법의 잣대에 따라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유사 '짤방'들에 대한 보다 세밀한 가이드라인 역시 필요해 보인다.
우리는 흔히 법보다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도 사회 구성원이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선을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