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검 서산지청 김민수 검사는 21일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2단독 박상권 판사 심리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징역 2년, 백남호 전 한국발전기술 사장에게 징역 1년 6월을 각각 구형했다.
김용균 노동자가 숨진 지 3년여, 검찰이 지난해 8월 원·하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법인 및 관련된 14명을 재판에 넘긴 지 16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반성이나 책임에 대해 전혀 인정을 하지 않고 있다"며 "그런 부분을 감안해 상응하는 처벌을 내려 달라"고 강조했다.
특히 당시 김용균 노동자가 속한 하청업체보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사장에 대해 더 무겁게 구형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당시 24살의 김용균 노동자는 2018년 12월 11일 새벽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이 기폭제가 됐다. 산재 예방의 책임주체가 확대되고 법의 보호대상도 넓혔다.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취지가 담겼다.
이날 재판에서 원청 측 변호인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기 이전에 발생한 사건임을 강조하는 질문과 발언을 하기도 했다. 원청 측 변호인은 피고인 심문에서 "2018년 12월에 발생했기 때문에 현재 산안법이 적용되지 않고 개정 전 산안법이 적용된다"며 "안전에 대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 것은 옛날 산안법에는 22개 장소에 한정돼있는데 알고 있느냐", "옛날 산안법이 요구하는 의무가 아닌데 알고 있느냐" 등의 질문을 이어갔다.
이와 관련해 이태희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죽음이 발생한 그 당시의 법으로 따지는 것이니까 대답 잘 하라, 그것이 변호의 취지였다"며 "그 법대로 하면 말단 관리자들이 책임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고 회사는 단돈 400만 원이면 책임을 다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놨다.
김용균재단과 노동계는 서산지원 앞에서 원하청사와 사업주의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이번 재판만큼은 제대로 처벌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원청 측에서는 이전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어떻게 거기까지 들어가서 협착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머리나 몸을 집어넣을 필요가 없다", "(작업자 개인이) 잘해보려다가 그런 것 아니냐"와 같은 취지의 진술을 이어간 반면, 하청 관계자는 "머리나 신체 일부를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당시 사장은 "핵가족 시대에 인명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그런 저의 소신에서 안전을 챙겼다"고 강조하면서도 하청업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는지, 컨베이어 운전원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알지 못하고 컨베이어 설비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법정에 선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업체는 사고 책임까지 뒤집어씌워 아이를 두 번 죽이고 있다"며 "이번 재판이 아들 죽음의 진실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고 공판은 내년 2월 10일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