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읽기]순천지원, 여순사건 재심 '무죄'…층간소음 살인 재판도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서 '무죄' 선고··명예회복 물꼬 터
허석 순천시장 1심 선고 ·정현복 광양시장 구속영장 기각 등
두달 된 아들 시신 냉장고 방치·층간소음 살인사건 등 구속도

▶ 1부 사회, 경제, 문화, 관광 등 분야별 결산
①2021년 순천, 초유의 '낮술금지'부터 시청 압수수색까지 
②여수, 한해 시작과 끝 모두 국가산단 사망사고
③광양시장 암투병 부동산 수사에 '뒤숭숭'…불장난 대형 산불도
④순천지원, 여순사건 재심 '무죄'…층간소음 살인 재판도
(계속)

광주법원 순천지원. 박사라 기자
올해는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재심이 이뤄진 뜻 깊은 해였습니다. 고 장봉환씨와 김영기 씨의 무죄 확정에 이어 유족들의 재심 청구가 잇따르면서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명예회복의 물꼬를 트였습니다. 한편 동부권 지자체장들과 정치인들이 법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또 두 살 배기 아들 시신 방치, 층간 소음에 의한 이웃 살인 등 사회를 공포에 몰아 넣은 사건에 대한 재판은 진행 중입니다.
 
한해 동안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여수국가산업단지 기업과 대기측정 대행업체의 비양심적인 만행이 온 천하에 알려졌습니다.  

지난 2월 3일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작 혐의로 여수국가산업단지 기업과 측정대행업체 관계자들이 무더기 벌금형과 징역형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환경시험검사법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배임수재,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 측정대행업체 대표 A와 이사 B씨에 대해 각각 징역 6월과 징역 1년 3월을 선고했습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직원들은 각각 벌금형에 처했습니다.

지난 9월 28일 여수산단 배출량조작 사건 해결을 위한 민관협력 거버넌스가 권고안을 불수용한 기업측 입장 반영을 놓고 갈등하다 파행했다. 최창민 기자
이들은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법정 장부인 대기측정기록부에는 배출허용기준 이내로 조작한 결과 값을 기재하고 실측 값이 기재된 별도의 메모를 기록부에 붙여 눈속임을 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재판부는 "대기업과 공모해 허위로 기재한 대기측정기록 횟수나 기간이 상당한 점, 일부 피고인은 사기 범행도 인정되는 점 등을 볼 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2월에는 국가보조금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된 허석 순천시장의 1심 선고가 있었습니다.  

1심에서 허 시장은 직위 상실형인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습니다.

범행 기간이 7년으로 장기간 이었던 점과 1억 6천만 원의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불리한 정상으로 적용됐습니다.  

허 시장은 현재 광주에서 항소심을 진행 중입니다. 이르면 이르면 다음달 선고 결과가 나올 전망입니다.

같은 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황주홍 전 국회의원이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황 전 의원은 이후 대법원에 항고 했지만 황 전 의원에게 징역 2년의 원심이 확정됐습니다.

황 전 의원은 21대 총선 과정에서 선거구민에게 수차례에 걸쳐 수천만 원의 금품을 제공하고, 수백만 원 상당의 식사 제공, 축조의금 제공, 선물 전달 등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황 전 의원은 3선 강진군수와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는데 지난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잠적했으나 3개월 만에 체포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근무 중 배기가스에 노출돼 폐암에 걸린 순천시 환경미화원에게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도 있었습니다.

법원은 지난 3월 순천시청 환경미화원이 순천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순천시에 환경미화원의 유족에게 1500만 원을 지급하고 폐암 진단을 받은 또다른 환경미화원에게는 1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8월 순천시를 상대로 유해 물질을 흡입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여수시가 해상케이블카 운영업체를 상대로 낸 공익 기부 약속 이행 청구와 관련해 승소했습니다.

여수 케이블카. 여수시 제공
여수시는 여수 해상케이블카가 매출액의 3%를 공익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자 지난 1월 법원에 간접강제 소송을 냈습니다.

이에 따라 여수시는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여수 해상케이블카가 약속한 공익기부금 23억원을 내라고 주장했습니다. 재판 직후 여수 해상케이블카 측은 곧바로 항소했습니다.

태어난 지 두 달 된 아들의 시신을 2년 여 동안 냉장고에 유기한 40대 엄마 C씨가 중형을 받았습니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C씨는 징역 5년을 받았습니다.

또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장애인복지시설에 3년 동안 취업이 제한됐습니다.

C씨는 2018년 10월 말 여수 자신의 거주지에서 생후 2개월 된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는데, 경찰 조사 결과 다른 2남매도 쓰레기가 가득한 집에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무원들이 이 집을 방문했을 당시 집 안은 발 디딜틈이 없이 쓰레기가 가득하고 심한 악취가 났습니다.

C씨는 법정에서도 자신의 죄를 모두 시인했습니다.

채팅앱을 통해 만난 미성년자들을 성폭행하고 추행한 40대 남성 D(41)씨도 징역 2년을 받았습니다.

D씨는 지난해 5월 28일 오후 9시 30분쯤 전남 완도군 완도읍 한 부둣가에 정차된 차량 안에서 중학생 한 명을 성폭행하고 앞서 곡성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다른 미성년자에게도 범행을 저지르려고다 미수에 그쳤습니다.

유대용 기자
올해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73년 만의 명예회복의 물꼬가 트였습니다.

제1형사부 김정아 판사는 지난 6월 24일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김영기(당시 23세·순천역 철도원)씨와 김운경(당시 23세·농민) 등 9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국가는 여순사건을 빌미로 반공정책을 펼치며 민간인을 상대로 불법적 폭력을 자행하거나 방관했다"며 "당시 군경이 법원 영장 없이 체포하고 재판한데다 위반 법령도 적용 범위가 포괄적이어서 위법했다"고 무죄 사유를 밝혔습니다.

이어 "재심 청구인과 유족이 이번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감내한 고통과 세월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이번 선고가 희생자의 명예 회복은 물론, 유가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실질적인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위로했습니다.

음주운전 사실이 드러나자 단속 중인 경찰을 매단 채 차량을 타고 도주한 40대가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았습니다.

E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099%의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 음주운전 단속 중인 경찰과 맞닥뜨렸고 음주운전이 적발될 것이 두려워 경찰을 차량에 매단 채 급출발한 뒤 전진과 후진을 반복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경찰은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전남 여수에서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위층 이웃에게 흉기를 휘둘러 4명을 사상하게 한 F씨가 지난 9월 29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들어가고 있다. 박명신 VJ
9월에는 여수에서 아파트 층간 소음에 불만을 품고 위층 일가족 4명에 흉기를 휘둘러 부부를 살해하고 살해된 부인 부모에 부상을 입힌 30대 남성이 구속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현재 F씨는 구속돼 1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월 열린 심리에서 "범행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습니다.  

F씨는 지난 9월 27일 새벽 0시 40분쯤 여수시 덕충동 한 아파트에서  위층에 사는 이웃의 집에 올라가 층간소음을 이유로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를 휘둘러 이웃 부부를 숨지게 하고 이들의 장인과 장모를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F씨는 범해 후 경찰에 자수했는데 변호인을 통해 그 동안 극심한 층간소음 피해에 시달렸다고 호소했습니다.

여수에서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이 현장실습 중 사고로 숨지게 한 업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여수의 한 특성화고 3학년이던 고 홍정운군은 지난 10월 6일 여수 마리나 요트장에서 현장실습 도중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따러 잠수하다가 물에 빠져 숨졌습니다.

대표 G씨는 이날 오후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혐의를 인정한다. 선장을 시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박치기 왕' 김일 선생의 외손자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준 전남도의원(고흥2)이 1심에서 선고유예를 받아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공보물로 피고인이 해당 학교를 졸업했다는 오인 가능성과 이번 사실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의원에 대해 범금 70만원에 선고를 유예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의원은 고흥 녹동초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서울로 전학을 가 졸업했지만 지난 4·7재보궐선거에서 명함과 선거공보물에 녹동초등학교를 졸업한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문구를 게재했습니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기고 대면 예배를 강행한 목사가 벌금형을 선고 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법원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목사 H에게 벌금 2천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H씨는 지난해 말 순천시가 종교시설에 내린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어기고 교인 30명이 참석하는 대면 예배를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부동산 투기와 친인척 채용 비리 등의 혐의를 받는 정현복 광양시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정 시장은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법원은 1시간여 동안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와 직권남용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 시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했고,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된다' 며 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정 시장은 취재진을 피해 다른 출입구로 법정에 입실했으며, 피의자 심문 뒤 법원을 빠져나오면서도 "시민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올 12월 여수사건 민간인 희생자 12명에 대한 재심이 현재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은 고 김중호(당시 20세) 등 12명 입니다.

김 씨 등은 여순사건 발생 당시 여수군 신월리 주둔지에서 반란을 일으킨 14연대 군인들이 여수, 순천 일대를 점령하자 이들에 동조, 합세해 공중치안 및 질서를 교란하거나, 국권을 배제하고 통치 기본질서를 괴란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로 수감됐다가 처형됐습니다.

검찰은 지난 14일 "당시 적용된 내란 등 혐의를 입증할만한 직접적 증거를 찾지 못했고 수사과정에서 가혹행위 등 적법성이 의심되는 등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구형했습니다.  

선고는 다음달 27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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