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논평] 가장 고대적인, 그리고 현대적인 - 김형국 목사

교회는 인간이 어쩌다 만들어낸 고안물이 아니라, 하나님이 세상을 충만하게 하기 위해, 곧 회복하기 위해서 세상에 두신 하나님의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매년 11월이 되면 대부분의 교회는 다음 해의 계획을 세우느라 바쁩니다. 당회나 운영위원회에서는새해 계획과 예산을 심의합니다. 목회자들은 일년 설교 계획은 물론 교회 일년 살림살이를 위해 특별한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교회의 각 부서 역시 새해의 사역을 계획하느라 바쁩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교회가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거나, 매년 비슷한 계획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작년의 삶과 사역이 올해와 별로 다르지 않았고, 그래서 내년 역시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와 상황이 급변하고 있고 우리 자신도 변하고 있는데,매년 교회의 사역과 삶이 비슷비슷하게 반복된다면, 그 교회는 더 이상 살아있는 공동체이기보다는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 조직이 아닐까요?

살아있는 공동체로서의 교회, 이 세상에서 자신의 몫을 크든 작든 감당하려는 교회의 성도와 그 지도자들은, 그래서 계획을 세웁니다. 좋은 계획, 실제로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내는 계획을 세우려면 평가가 필수적입니다. 한 해의 살림살이 전반을 돌아보면서 하나님 앞에서 갖는 정직하고 섬세한 돌아보기는적절하고 실효성 있는 내다보기를 가능하게 합니다. 한 개인은 물론이고 공동체가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른다면, 그래서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면 그 개인과 공동체는 어떤 성장도 어떤 진보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평가와 계획은 그렇기에 사명을 가진 모든 개인과 공동체에게는 필수적입니다. 이렇게 평가와 계획을 할 때 건강한 교회는 가장 오래된, 고대의 청사진을 살펴봅니다. 교회는 인간이 어쩌다 만들어낸  고안물이 아니라, 하나님이 세상을 충만하게 하기 위해, 곧 회복하기 위해서 세상에 두신 하나님의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원래의 디자인에 충실한가,즉, 고대적인가가 교회가 성공과 실패를 결정합니다. 또한 교회는 현재를 살아갑니다. 그래서 교회의 계획은 매우 현대적이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 사회와 문화 속에서 매일을 삶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 성도들의 절실한 필요를 살필 뿐 아니라,그들이 하나님의 대안적 공동체로 세상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는, 철저하게 오늘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기반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계획은 철저하게 현대적이어야 합니다. 이렇게 중차대한 평가와 계획은 한 개인이 홀로 하기에는 버겁습니다. 교회의 지도자들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또한 함께 무릎을 꿇고 함께 돌아보고 함께 내다보아야 합니다. 돌아보기는 때때로 자신들의 민낯을 보는 것과 같아서 불편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치열하게 일하시는 분을 따라가고 있으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걸어갈 길을 내다볼 때, 우리는 그분의 격려에 힘입어 힘찬 걸음을 걸을 수 있습니다.

여러 회의와 계획이 많을 수밖에 없는 11월, 교회 지도자들은 물론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 하나하나가질문했으면 좋겠습니다.우리는 얼마나 고대적인가? 그리고 또한 얼마나 현대적인가? CBS 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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