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국민투표 뒤집기 성공…대만, 中 위협에 '안보' 미국 선택

대만 총통부 캡처

18일 치러진 '4개안건'에 대한 대만 국민투표가 모두 부결됐다. '4개 부동의'를 호소하던 차이잉원 총통과 집권 민진당은 정치적 승리를 거둔 반면 '4개 동의'를 구호로 내걸고 총력전을 폈던 제1 야당 국민당은 지난해 1월 총통 선거에 이어 다시 한 번 타격을 입고 내분에 빠지게 됐다.
 
4개안건은 제4원전 상업 운전 개시, 성장 촉진제 락토파민이 함유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 국민투표를 총선과 연계, 타오위안 조초(산호의 한 종류) 해안에 건설 중인 천연가스 도입 시설 이전 등 이었다.
 
대만 국민투표는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고 총유권자의 25%만 넘기면 통과되는 구조다. 투표전 여론조사에서 찬반 양론이 팽팽했지만 반대 여론이 우세해 일부 사안의 경우 통과가 전망됐다. 특히 락토파민이 함유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 안건이 통과될 경우 차이 총통 정부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됐다.
 
락토파민 돼지고기는 수입은 중국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원하던 차이 정부가 국민당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해 12월 허용했다. 당시 국민당은 입법회 회의장에서 돼지 내장을 뿌릴 정도로 격렬하게 반대했다.
 
차이 정부의 수입 허용은 중국에 대한 높은 경제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단으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승부수였다. 실제로 대만은 락토파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후 FTA의 전 단계로 평가되는 무역투자기본협정(TIFA) 협상을 재개했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도 가입 신청서를 냈다.
 
락토파민 함유 돼지고기 수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았음에도 대만 국민들이 국민투표에서 수입 반대로 선회한 것은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통일을 압박하고 있는 중국 보다는 안보를 의존하고 있는 미국을 택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지난 17일 밤 대만 타이베이 자유광장에서 열린 국민당 유세 현장에서 한 지지자가 '동의'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따라서 2024년 1월에 치러질 총통 선거도 친중국 성향의 국민당 보다는 양안관계 현상 유지와 친미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는 민진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국민투표 결과는 중국과 긴밀한 유대를 추구하는 국민당에 놀라운 좌절을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국민투표에서 승리가 확정된 후 이번 투표가 민주주의와 대만인의 승리라며 "대만은 세계를 향해 걸어 나가기를 희망하고 국제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만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 논조와 맥을 같이하는 관영 환구시보는 "민진당의 승리가 대만 주민의 이익을 배신했다는 진실을 감출 수는 없다"며 "락토파인이 함유된 돼지고기를 수입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희생해 미국을 껴안고, 외세에 무엇이라도 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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