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중국인들이 김치·한복·갓 등 한국 문화 요소가 자국에서 기원했다고 하는 주장은 문화의 특성과 현재 중국 문화의 양상에 배치되는 구태이자 모순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9일 동북아역사재단에 따르면 구도영 재단 연구위원은 최근 '동북아역사 리포트'에 실은 글 '중국이 주장하는 문화 원조의 배경과 문제점'에서 "적극적인 문화 수용자였던 중국이 문화 원조를 언급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구 위원은 '한류'(韓流)라는 용어가 중국에서 가장 먼저 등장했으나, 역설적으로 한류에 반대하는 '반한류' 움직임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교문화를 소재로 한 드라마 '대장금'이 2005년 중국에서 인기를 얻은 후 중국 정부의 한국 콘텐츠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다"면서 중국이 한국 문화의 원조라고 이야기하는 배경에는 한류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구 위원은 '문화에 원조가 있다'라는 시각 자체가 19세기 말에나 통용되던 오래된 '문화 전파론'에 기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문화의 전파와 수용이 일방적으로 이뤄진다는 태도는 근대화라는 미명 하에 식민지 지역의 문화를 말살하고 서구적 요소를 강제 이식하려고 한 제국주의 담론과 유사하다"며 "문화상대주의가 100년 가까이 논의되면서 새로운 문화의 창조에서 수용자의 역량이 주목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야말로 거대한 제국으로서 외부 문화를 폭넓게 수용했다"면서 "중국이 문화의 원조 또는 기원을 강조한다면 '중국 문화'라는 것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중국이 고대 문헌 '시경'에 나오는 '저'(菹·채소 절임) 자를 근거로 김치가 자국 음식이라고 한다면, 채소 절임이 먼저 만들어진 메소포타미아가 김치의 원조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오늘날 중국 정치체제 근간을 이루는 마르크스 사회주의 사상도 서구에서 유입됐다고 덧붙였다.
구 위원은 "다양한 외래문화를 받아들이고 뒤섞인 문화를 지닌 중국이 '고유성'과 '기원론'만을 강조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라며 "문화는 주고받는 것이며, 한국과 중국 모두 지역성에 외부 문화가 결합해 이전에 없던 문화를 창조하며 각자의 정체성을 구현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