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의혹이 제기된 지 사흘 만에 공식 사과를 했지만, 구체적인 해명을 회피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해당 의혹들을 '기획 공세'라고 규정했다가 사과로 선회하는 과정에 대한 뚜렷한 배경 설명도 없어 여전히 의혹들이 풀리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내 '김건희' 논란, 사흘 만에 고개 숙인 윤석열
앞서 지난 14일 YTN과 오마이뉴스 등은 김씨가 지난 2007년 수원여자대학 겸임교수 응시 당시 제출한 이력서에 허위경력 등을 기재했다고 보도했다. 윤 후보는 해당 보도 직후인 지난 14일 관훈토론에선 "부분적 허위 사실"에 불과하다며 반박성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15일 오후 김씨가 먼저 "사과" 입장을 밝혔고, 연이어 윤 후보도 "송구한 마음"이라고 보조를 맞췄다. 지난 16일에 윤 후보는 재차 "늘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사실 관계가 정확히 밝혀지면 제대로 된 사과를 드리는 게 낫지 않겠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해당 논란이 불거진 후 사흘 간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듯한 윤 후보의 발언에 여론은 더 악화됐다. 당 안팎에선 "사과를 한다는 것인지,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윤 후보는 지난 15일 공식적인 사과를 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사과에 뭐 공식 사과가 있고 (비공식 사과 등) 그런 게 있냐"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윤 후보 측 선대위의 '투 트랙' 전략은 논란을 더 키웠다. 윤 후보가 직접 '사과' 의사를 드러낸 직후에도 선대위는 김씨 관련 의혹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사과는 사과, 팩트체크는 팩트체크'라는 노선을 유지했다. 윤 후보의 사과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된 대목이다.
이 때문에 당초 완강한 태도를 보였던 윤 후보가 여론 악화로 인해 등 떠밀려 사과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결과(지난 14~16일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윤 후보는 35% 지지율을 기록하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36%)에 오차 범위 내에서 역전을 당했다. 오차 범위 내에서 초접전 양상이긴 하지만 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난달 5일 이후 줄곧 우위를 유지해왔던 윤 후보 입장에선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사과'는 했는데 의혹 해명은 회피…지지율 급락 우려
문제는 이날 '공식 사과'를 하는 자리에서도 윤 후보는 사과문만 읽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은 생략한 채 자리를 떴다는 점이다. 김씨의 수원여대, 안양대 겸임교수 지원서에 이어 한림성심대와 국민대 등 시간강사 지원 당시에도 허위 경력을 기재했다는 의혹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마당에 구체적인 해명을 회피한 셈이다. 윤 후보를 대신해 답변에 나선 이양수 수석대변인도 대부분 의혹들에 대해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답변을 회피했다. 이 대변인은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한 사과인지 허위경력에 대한 사과인지 여부를 묻자 "(허위경력 사실을) 인정했다는 게 아니라 (소란과 허위이력 등) 그게 섞여 있다"며 "사실로 드러난 부분도 있고 아직 아닌 것도 있고 그런 건 밝힐 순 없지만, 어쨌든 그런 걸 다 포함해 사과를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앞서 선대위가 김씨 관련 의혹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던 부분과 사뭇 다른 태도라는 지적이다. 이 대변인은 지난 15일 입장문에서 수원여대 겸임교수 논란에 대해 "겸임교수는 '채용'이 아닌 '위촉' 형태이기 때문에 채용비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영락여상 미술강사'를 '영락고 미술교사'로 기재한 부분도 기억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나온 실수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밖에 게임산업협회 재직증명서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이력, 개인수상 기록 등에 대해서도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