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는 16일 김건희 씨 논란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 나설 의사를 묻는 질문에 "십 수년 전 사안으로서 관행에 따라 했더라도 현재 국민께서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의 부인에게 요구하는 윤리적 기준을 충족 못한 부분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국민께는 늘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전날에도 "여권의 기획 공세고 아무리 부당하다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와 기대에서 봤을 때 조금이라도 미흡한 게 있다면 국민들께는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틀 연속 국민들께 송구하고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셈이다. 듣기에 따라 사과로 보이기도 하지만, 불충분한 사과라는 지적도 나오는 표현이다.
여기에 윤 후보가 장황한 해명을 덧붙이며, 사과의 진정성에도 의문이 남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기획이사 재직 이력에 대해 "무보수 비상근이사란 건 법인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등기 이사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 있어서 어느 정도가 관행이고 허용 못하는 것인지 워낙 오래된 일이라 파악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새롭게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도 "파악을 해볼 것이다. 어느 쪽의 일방적 주장이 꼭 맞다고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가 전날에 이어 '여권의 기획공세'라는 인식을 명확히 드러내며 진실공방에 참전한 것이다. 또 어느정도 진상이 드러나야 제대로 된 사과를 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윤 후보는 "내용이 조금 더 정확히 밝혀지면 이런 부분에 대해 인정한다고 하면서 사과를 드려야지 잘 모르면서 사과한다는 것도 좀 그렇지 않겠느냐"고 했다.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에따라 사태가 길어질 수록 윤 후보의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배우자는 사실관계를 알고 있을 것 아니냐"며 "인정할 부분은 괴롭더라도 깔끔하게 인정하고, 명확히 아닌 부분은 근거를 대는 등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히, 국면이 길어지면 "조국의 위선, 추미애의 오만을 무너뜨린 공정의 상징"으로 등장한 윤 후보의 이미지가 무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준석 당대표도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대선주자로 뛰고 있는 상황에서 배우자도 솔직하게 대처하는 게 최고다. 후보와 배우자 모두 국민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조심스럽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선대위 내부에서는 리스크에 대해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개편하고 시스템을 통해 안정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대선까지 다양한 리스크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매번 혼선을 보일 수는 없다"며 "앞으로는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내부에서 발빠르게 논의할 수있는 기구를 만들고 여기서 결정하면 모두 따르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