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주전을 따지면 밀리지 않는데…"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의 김승기 감독은 16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SK의 두터운 선수층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김승기 감독은 오세근, 전성현, 문성곤, 변준형 등 주전 4명의 강한 경쟁력을 인정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약한 벤치 때문에 올 시즌 걱정이 많았다.
김승기 감독은 "로테이션에서 차이가 있다. 상대 주전 선수들은 체력 안배가 된 상태로 4쿼터에 나오는데 우리는 그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서 KGC인삼공사는 벤치 멤버들로 선발 라인업을 꾸린 뒤 주축 4인방을 하나둘씩 투입하는 방식으로 체력 안배를 하고 있다. 이날도 베테랑 양희종을 필두로 박지훈, 한승희, 함준후가 먼저 코트를 밟았다.
KGC인삼공사가 벤치 멤버들은 먼저 내보내는 이유는 또 있다.
김승기 감독은 "주전이 먼저 나간 뒤 벤치 선수들이 들어갈 경우 하나라도 실수가 나오면 스스로 힘들어 한다. 경기 시작부터 나가서 실수를 하더라도 자신있게 하라고 하고 있다. 그게 잘 맞아서 지난 두 차례 SK전을 모두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KGC인삼공사의 선발 라인업은 이날도 선전했다. 특히 양희종은 초반 3점슛을 림에 꽂았고 수비에서 높은 공헌도를 보였다.
KGC인삼공사는 경기 초반 리드를 잡았지만 득점력이 살아난 SK에 밀려 1쿼터 막판 15대18로 뒤졌다.
3점 차 열세는 해석하기 나름이다. 오세근, 전성현, 문성곤, 변준형이 모두 코트에 모일 때까지 KGC인삼공사는 3점밖에 뒤지지 않았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KGC인삼공사는 1쿼터 막판부터 주축 선수들을 모두 투입했다. 그들이 뭉친 KGC인삼공사는 강했다.
KGC인삼공사는 1쿼터 잔여 2분51초 동안 SK 득점을 5점으로 묶고 10점을 몰아넣어 스코어를 25대23으로 뒤집었다.
몸이 풀린 KGC인삼공사의 베스트5는 전반을 58대48로 마치며 SK를 압도했다.
SK의 득점력 역시 뛰어났다. 하지만 KGC인삼공사의 화력이 한수위였다. 이 같은 흐름은 4쿼터까지 계속 됐다.
무엇보다 팀 플레이가 빛났다. 포인트가드 변준형을 중심으로 패스가 활발하게 돌았다. 모두가 이타적인 플레이로 서로를 도왔다.
무려 29개의 팀 어시스트를 기록한 KGC인삼공사는 화끈한 득점 공방전을 펼친 끝에 SK를 112대99로 따돌렸다. 연장전 없이 기록된, 믿기 힘든 스코어다.
오마리 스펠맨은 4쿼터 중반 5반칙 퇴장을 당하기 전까지 30득점 6리바운드를 퍼부었다. 그의 거침없는 내외곽 공세에 SK는 크게 고전했다.
변준형은 18득점 12어시스트로 활약했고 전성현은 3점슛 5개를 터뜨리며 19점을 보탰다. 오세근도 16득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 2블록슛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문성곤도 12득점 5어시스트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KGC인삼공사의 주전 4인방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는 수준이다. 그들은 이날 총 32분43초 동안 함께 코트를 누볐고 SK의 스쿼드를 압도하는 화력을 자랑했다.
그들 4명이 동시에 뛰었을 때 KGC인삼공사가 기록한 이날 경기의 온-코트 마진은 무려 +19점이다.
선수 기용을 정규리그 내내 이처럼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주전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는 김승기 감독의 자신감은 또 한번 증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