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6호 관련 인사 A씨가 10년 전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81)씨에게 자금 수억원을 조달한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인물은 성남 대장동 민간개발 업자에게 1천억원대 불법대출을 알선해준 브로커 조우형씨와 수년간 함께 사업을 하며 밀접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조씨는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전 회장의 친인척이며, A씨와 함께 로비자금 조달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17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의 1심 판결문을 보면, 박씨가 김양 전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으로부터 넘겨받은 로비자금은 약 17억원이다.
박씨는 총 10차례에 걸쳐 이 돈을 받은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2년6월을 받았다. 이 로비자금 일부를 수차례 박씨에게 건넨 인사가 바로 대장동 업자들에게 불법대출을 알선한 브로커 조우형씨다.
그런데 조씨가 박씨에게 전달한 돈 6억여원 중 절반이 넘는 3억5천만원은 조씨와 동업 관계인 A씨로부터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A씨도 조씨처럼 김 전 부회장 지시를 받아 로비자금을 운반한 전달책 역할을 한 셈이다.
부산저축은행 로비 사건 복수 관련자, 대장동 관계사에서 등장
이렇듯 부산저축은행 로비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조씨와 A씨는 수년 뒤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2016년 디앤오(디자인앤오디오)라는 음향기기 전문업체 운영에 참여했다. 조씨는 업체 대표를, A씨는 감사를 각각 맡은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남욱 변호사와 같은 법무법인 소속인 조모 변호사가 소유한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6호에 흡수합병됐다. 부산저축은행 로비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복수의 인물이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업체에서 다시 등장한 셈이다. 일각에서 천화동인 6호의 실소유주가 조 변호사가 아니라 브로커 조씨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는 지점이다.
불법PF대출 관련 업체 임원도…10년 넘게 '파트너'
한 살 차이인 A씨와 조씨는 적어도 10년 넘도록 밀접한 사업 파트너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A씨는 조씨가 알선한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PF대출과 깊이 연관 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씨는 2010년 수원 망포동 사업과 관련해 부산저축은행 대출을 알선한 대가로 사업 시행사로부터 10억1500만원을 받아 챙겼다(알선수재). 또 부산저축은행이 고양시 풍동 사업에서 세움에게 대출해주기로 약속한 700억원 중 70억원을 자신이 실소유한 회사 벨리타하우스에서 이체해주기까지 했다(배임).
조씨는 2015년 수원지검 특수부 수사에서 이런 혐의가 드러나 처벌을 받았다. 여기서 등장하는 업체인 벨리타하우스에서도 감사를 맡은 인물이 앞서 부산저축은행 로비자금 전달책이자 조씨의 사업 파트너인 A씨다.
A씨는 조씨가 운영한 고급 단독주택 시행사인 뮤지엄에서도 6년 간 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업체는 대장동 개발 초기 남욱 변호사가 운영한 나인하우스로부터 용역비 수억원을 받아챙긴 업체다.
결국 두 사람은 부산저축은행 로비 사건의 단순 전달책이 아니라 저축은행의 불법 PF대출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고, 나아가 수년 뒤 대장동 개발 이익을 배분하는 과정에서도 일정 역할을 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