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 앨리웨이 주민 A씨가 전화를 받자 ARS 음성이 들렸다.
"주문하신 음식이 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문을 열자 하얀색 본체에 검은색 돔 형태의 뚜껑이 달린 배달로봇 '딜리'가 문 앞에 서 있었다.
A씨가 딜리의 버튼을 누르자 딜리의 뚜껑이 열렸다. 그는 주문한 라떼와 샌드위치를 픽업하고 '확인'버튼을 눌렀다. 배달완료가 확인되자 딜리는 엘리베이터를 호출해 탑승한 뒤 6개 바퀴를 굴러 다시 상가로 복귀했다.
배달의민족이 식당에서 아파트 세대 현관 앞까지 음식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기도 수원 광교의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광교 앨리웨이'에서 시작된 D2D(Door to Door) 서비스는 세계 최초 시도다.
딜리는 아파트 단지 실내외를 오가며 사람 도움 없이도 현관문 앞까지 음식을 배달해 준다.
딜리드라이브는 주문자의 아파트 동 입구에 들어서면 HDC랩스가 운영하는 관제시스템을 통해 홈 Iot 서버와 연동해 1층 공동현관문을 자동으로 연다.
아파트 내부에 들어서면 현대엘리베이터의 엘리베이터 관제시스템에 접속해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고, 주문자 층을 자동으로 누른다.
이후 주문자 세대에 배달을 완료하면 딜리드라이브는 단지 내 대기소에서 주문이 접수되면 해당 식당으로 스스로 이동한다. 식당 업주는 딜리드라이브에 음식을 담은 후 출발 버튼만 누르면 된다. 로봇은 최적의 경로로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주문자 아파트 동으로 이동한다.
"주문 완료 후 배달 완료까지 평균 20분이 소요됐습니다. 보행자와의 충돌 등 안전사고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배민은 광교 앨리웨이 단지 내에서만 가능한 로봇배달 서비스를 광교 호수공원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아파트 단지 누비는 로봇, 라이더 대체할 수 있을까
사내 로봇사업실을 운영하고 있는 배민은 배달로봇과 서빙로봇 투 트랙에서 로봇 사업을 이끌고 있다.현행 도로교통법상 배달로봇은 보도와 횡단보도, 공원에서 운행할 수 없다. 다만 지난해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ICT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승인받아 배달서비스를 시행중이다.
관련 법령이 전무한데다 로봇이 도로로 다닐 수 있으려면 한층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속도와 보험 문제 등 사회적 합의도 거쳐야 한다.
배민 관계자는 "로봇이 라이더를 대체하기보다는 라이더에게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영등포 포레나 주상복합 아파트의 경우 실내 배달로봇이 운영중인데 라이더가 음식을 픽업해 아파트에 도착하면 1층에서 로봇에게 음식을 전달한다"며 "라이더 입장에서는 단지 안에서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 김요섭 로봇사업실장은 "로봇배달서비스는 배달원분들이 기피해서 배차가 잘 되지 않는 초근거리 배달이나 주상복합 배달 등에 활용될 수 있어,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주문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광교앨리웨이 단지 외에도 더 많은 아파트 및 오피스 단지에서 D2D 로봇배달 서비스가 적용될 수 있도록 기술 개발 및 서비스 품질향상을 지속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