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약 2시간 30분 동안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했다. 패널들은 윤 후보와 부인 김건희씨, 장모 최모씨가 받고 있는 각종 의혹들은 1시간 넘게 파고들었는데, 윤 후보는 막힘없이 적극 해명에 나섰다. "이렇게 저를 둘러싼 신상문제를 자세하게 물어주셔서 사실 이런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는데 기회를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것이 윤 후보의 소회였다.
윤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서는 "저희가 권리를 침해당해서 고발을 직접 하면 되는 것이지 야당에 맡길 이유가 전혀 없다"며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도 알 도리가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윤 후보는 손 검사에게 관련해 지시를 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손바닥 왕(王)자' 논란에 대해서는 손바닥을 펴 보이며 "보십시오"라고 했고, '천공 스승'에 자문을 구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윤 후보는 부인 김건희씨와 관련된 의혹이 집중 거론되자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새롭게 제기된 김씨의 허위 경력 기재 의혹에 대해서는 "완전한 날조는 아니다"라며 엄호에 나섰고,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학위를 반납하겠다고 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1년 반 동안 특수부를 동원해 이런 식으로 수사해서 안 나왔으면 이제는 결정을 내려 줘야 한다"고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고, 의혹의 시작점이 된 경찰 내사 보고서 유출에는 "어떻게 언론에 나갔는지 기가 찰 노릇"이라며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윤 후보는 "이 정부의 고위직 누군가가 지시에 의해 유출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의 내사자료가 언론사로 넘어가겠느냐"며 현 정부를 겨냥하기도 했다.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에 대해서도 "제 처가 전시 업무와 관련해 시효가 돌아오는 것들을 종결하려 했더니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찾아와 난리를 치는 바람에 처리를 안했다"면서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장모 최모씨의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를 향한 수사에도 "이례적 과잉"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는 불법으로 요양병원을 개설해 요양급여 22억 9천만 원을 수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또 윤 후보는 "검사나 판사를 자식이나 사위로 둔 분들이 상대방과 송사를 벌였을 때 유리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친인척 중 판검사가 있으면 상대방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에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어렵다는 취지다.
반면, 윤 후보는 자신만의 정책을 설명하는 데에는 서툰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만의 대표 정책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뜸을 들이던 윤 후보는 "일자리 정책"을 꼽았다.
윤 후보는 "일자리는 기업과 경제가 성장할 때 만들어지는 것이고 한편으로는 일자리의 인재를 공급하는, 그래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 기업과 우리 사회에서 필요로하는 맞춤형 인재를 공급하는 두 가지 수요공급의 시스템을 통해, 경제정책, 사회정책, 복지정책 등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맞출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정책목표를 일자리 창출에 맞추겠다는 취지로 읽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은 빠진 설명이다.
개헌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대선을 준비하면서 논할 문제가 아니다. 국민적 합의를 지켜봐야 하는 문제"라며 "정치인은 내각제를 좋아하지만, 일반 국민은 대통령제를 많이 선호한다"는 답변을 했다. 집권 시 여야 관계에 대해서는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고, 야당과 늘 협의해가면서 초기 단계부터 정보를 공유하고 비전을 공유해가면서 하겠다"고 밝혔다.
표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솔직한 답변도 눈길을 끌었다. 노동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저는 사용자 편 아닙니다. 명확하게 말씀드린다. 표가 노동자에게 더 많다"고 했다. 연금개혁에 대해서는 "선거공약으로 들고 나오면 무조건 지게 돼 있다"며 집권 시 위원회를 만들어 '그랜드 플랜'을 제시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으로 부담을 피해 갔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후보가 선출된 지 한 달인데 아직도 눈에 띄는 정책이 없다"며 "반문정서에만 기대서는 어렵고 우리가 집권하면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