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가 매물을 증가시켜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는 관련 논의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 상향됐지만 매물 출회 효과無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시장에서는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14일 기준 4만5062건으로 양도세 비과세 기준 상향 직전인 7일(4만4733건)보다 0.7% 늘었다. 1주택자 양도세 완화 조치 이후 매물이 늘긴 했지만 미미한 수준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양은 아니다.
양도세 부담 완화로 갈아타기 수요가 늘면서 거래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강남 등 대출 없이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을 제외하면 시장 분위기는 차분하다는 전언이다.
대출금지선인 15억 원을 일찌감치 초과해 대출과 무관하게 매매가 이뤄지는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출규제 강화가 매수세를 급격하게 위축시킨 모양새다.
부동산R114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1주택자 양도세 완화 이전에도 9억원 이하 주택들이 쏟아지고 매매가 원활하게 된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비과세 기준이 상향되었다고 해도 취득세와 이사비, 중개보수 등 갈아타는 비용이 과거와 비교해 상당히 커졌고 대출규제도 강화되어서 갈아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양도세 완화가 1주택자 매물 출회도 촉진시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실패한 정책? 이번엔 효과 있다"
시장에서는 매수세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완화해 재고 주택이 시장에 추가로 나와서 쌓이면 가격 조정 등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3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적용되는 양도세율은 중과세율 30%가 더해진 75%(지방세 포함 82.5%)인데 중과를 배제해 세율을 45%까지 낮춰주자는 것이다.
"작년 5월 말까지도 유예를 해줬는데 효과가 없었다는 검토 의견이 있다"(14일 윤호중 원내대표)는 등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번에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공통된 의견이다. △집값 상승세 둔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 △대출규제 등으로 인한 매수세 위축 등 지난해와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김효선 부동산 수석위원도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서 보유중인 집을 매각하려고 해도 양도세율이 너무 높아 고민하는 다주택자들이 상당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6월(1일 기준 재산세 부과)에 종부세가 다시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데 그 전에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조치가 이뤄지면 시장에 관련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내년 여름 임대시장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로 매물이 나오면 임대차 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여당 내 다른 목소리…"신뢰도 바닥…확정되어야 움직이고 매물 나와"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에 부정적이었던 여당 안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를 언급했던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14일 해당 안건을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논의하겠다"고 밝혔고, 이재명 후보도 양도세 중과를 1년 간 유예하고 특정일을 기준으로 △6개월 이내 처분시 전액(100%) △9개월 이내에 처분시 50% △12개월 내에 처분시 25%를 면제해주자는 아이디어를 당과 논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여당 내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서 현실화되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양도세 규제를 완화한다는 메시지가 나온 순간 '빨리 팔수록 손해인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라며 "논의가 지지부진해 질수록 지친 다주택자의 매도 의지는 줄기 때문에 관련 논의가 너무 길어지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원한 한 업계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세금을 완화해준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번에도 대선을 앞두고 나온 이야기이기 때문에 세제가 확정되고 시행되기 전까지는 시장참여자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