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13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동참 여부에 대해 논의하고 이 문제에 대한 EU 차원의 공동 접근법을 모색했다. 16일에는 EU 지도자들도 이 문제를 논의한다.
하지만 외교적 보이콧 동참을 주장하는 리투아니아부터 이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헝가리까지 EU 회원국들의 생각이 제각각이어서 공동보조를 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영국·호주의 오커스(AUKUS)협의체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미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 대표로 교육부 산하 체육 담당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라는 교육부 장관의 발언도 있었다.
EU 외교장관 회의에서 장 아셀보른 룩셈부르크 외무부 장관도 외교적 보이콧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프랑스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오스트리아 외무부 장관도 "중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매우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도 "올림픽 같은 스포츠 행사를 정치적으로 다루는 것은 유용해 보이지 않는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관건은 독일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후임인 올라프 숄츠 신임 총리는 13일 열린 첫 정례 기자회견에서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할 계획이 있는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참석 계획은 없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방문 계획에 대해서는 우리가 공지할 수 있을 때 이후에 밝히는 게 원칙"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배어복 외교장관은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올림픽은 기본적으로 스포츠 행사"라면서 "이를 정치적인 일이나 의식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가서 중국 정부에 추가적인 정당성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리투아니아와 헝가리의 입장은 중국과의 친소관계를 반영해 극명하게 엇갈린다.
지난달 대만 이름을 사용하는 대표부 개설을 허가해 중국 정부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는 리투아니아 외무 장관은 취재진에게 자신은 베이징 올림픽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반면 유럽에서 중국과 관계가 가장 좋은 헝가리는 외교적 보이콧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EU 외교관들의 전망이다.
일본이 정식 각료가 아닌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참석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EU 국가들이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보이콧 카드를 비교적 빨리 접은 한국의 부담도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