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 후 진행한 '킹메이커' 기자간담회에는 배우 설경구, 이선균, 변성현 감독이 참석했다.
단 몇 줄의 이야기에서 출발한 변성현 감독표 정치 드라마
오는 29일 개봉하는 '킹메이커'(감독 변성현)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드라마다.
영화는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돼 국내외 언론의 극찬을 받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변성현 감독과 주요 제작진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일찌감치 주목받고 있다.
변성현 감독은 이번 영화의 시작점에 관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다가 단 몇 줄 밖에 나오지 않은 한 남자에 호기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적 상상력을 더하기 좋게 정보가 많이 없었고, 선거의 귀재였다. 찾아보면 기사 자료보다 소위 말하는 야사로 불리는 썰 위주의 구전돼 있는 이야기가 더 많았다"며 "이런 인물이면 장르적으로, 영화적으로 상상력을 더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그 점에 포커싱을 맞췄다"고 이야기했다.
변 감독은 "그 당시 정치적 시대 배경을 바라보고 싶진 않았다"며 "늘 고민했던 물음이 있었다. 어떤 일을 하면서 내가 올바르다고 믿는 목적을 위해 올바르지 않은 수단도 정당한가 하는 질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게 정당할 수 있다면 그 선은 어느 정도까지인가 하는 도덕적 딜레마 같은 건데, 어릴 때부터 늘 있었다"며 "정치와 시대는 이 질문을 던지기 위한 소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화에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뜻은 같으나 이를 이루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두 남자 김운범과 서창대가 등장한다. 승리에 목적과 수단의 정당성이 동반되어야 하는 정치인 김운범과 승리를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선거 전략가 서창대는 모든 사람이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한 딜레마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킹메이커'의 중심을 담당한 설경구×이선균의 연기
두 인물을 통해 영화는 관객들에게 정당한 목적을 위해 과정과 수단까지 정당해야 하는지, 아니면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감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렇기에 질문만큼 중요한 것이 김운범과 서창대를 연기할 배우들이다. 변성현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시나리오, 촬영, 미술 등 모든 부분에 신경을 썼지만 가장 자신 있으면서도 흡족했던 부분은 '연기'라고 이야기했다.
'킹메이커'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설경구가 곧은 의지와 뜨거운 열정을 지닌 정치인 김운범 역을, 이선균이 그와 함께했던 치밀한 천재 선거 전략가 서창대로 변신해 완벽한 호흡을 선보인다. 여기에 유재명, 조우진, 박인환, 이해영, 김성오, 전배수, 서은수, 김종수, 윤경호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최고의 시너지를 통해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김운범은 서창대를 만나 선거에 연이어 승리하고, 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서는 등 정치인으로서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뜻을 이루는 방법에 차이가 있는 서창대와 함께하면서 정치인으로서의 성공과는 별개로 또 다른 내적 갈등을 겪게 된다.
김운범 역의 설경구는 "김운범이란 인물을 되게 입체적으로 생각했다. 리더로서 끊임없이 실패하면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며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강한 신념과 의지를 갖고 있다"며 "반면에 인간적이고 또 굉장히 차가울 땐 차갑다. 그런 여러 가지 면이 잘 보였으면 하고 생각하며 입체적으로 담으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운범의 킹메이커 서창대 역의 이선균은 "서창대는 굉장히 복잡한 인물 같다. 출생적인 제한 때문에 앞에 나서지 못하고, 굉장히 자신만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지만 감춰야 하는 고뇌가 있는 인물"이라며 "그래서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면서 연기했고, 감독님께도 질문을 많이 던졌다. 그런 질문과 서창대의 고민과 환경적인 걸 생각하면 충분히 공감하면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개봉하는 만큼 배우와 감독은 관객들을 향해 조심스럽게 극장으로 와달라고 당부했다.
이선균은 "영화를 두 번째 본다. 처음 볼 때는 내 위주로 보면서 연기를 그때 왜 저렇게 했는지 하는 아쉬움과 후회, 반성의 의미로 봤다. 그런데 오늘은 스태프의 노고, 감독님의 의도 등 영화적인 것이 많이 보였다"며 "극장에서 봐도 재밌는 영화라 생각한다. 우리도 힘든 결정을 했는데, 큰 힘을 보태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변성현 감독은 "장르가 정치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정치에 거리감 있거나 잘 모르는 분, 특히 시대 배경을 잘 모르는 분도 이해할 수 있고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많이 보러와 달라"고 말했다.
치열한 선거판, 그 중심에 있던 두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딜레마에 관해 질문을 던질 '킹메이커'는 오는 29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