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장동 의혹' 유한기 부검 1차 소견 "추락사 추정"

유족 "대장동 수사 때문에 힘들어했다…유서 공개 원치 않아"

10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앞 화단에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고무성 기자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뒤 지난 10일 숨진 채 발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66)에 대해 추락사로 추정된다는 경찰의 부검 1차 소견이 나왔다.
 
일산서부경찰서는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추락에 의한 손상으로 인한 사망이 추정된다"며 "외견상 특이점은 없고, 정밀 검사 결과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1차 소견을 받았다.
 
경찰은 유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 전 본부장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지난 11일 부검을 진행했다.
 
유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관련 검찰 수사 때문에 힘들어했다"며 "유서 공개는 원치 않는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의 가족은 지난 10일 오전 4시 10분쯤 그가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갔다며 실종 신고를 해 경찰이 200여명을 동원해 수색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이 휴대전화를 자택에 놓고 가 위치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유족들은 유서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경찰에 밝혔지만, 유서에는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유 전 본부장은 오전 2시 7분쯤 파란색 패딩점퍼와 등산 모자를 착용하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를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유 전 본부장이 50분 뒤 인근 아파트 11층에 올라가 약 15분 뒤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곳은 자택에서 300여m 떨어진 곳으로 걸어서 5분 거리다.
 
포천도시공사 사장인 유 전 본부장은 전날 정상 출근해 업무를 보고 퇴근길에 비서실 직원에게 사직서를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임기는 다음 달 7일까지였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9일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그는 14일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을 예정이었다.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8월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48) 변호사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53) 회계사로부터 한강유역환경청 로비 명목으로 2억 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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