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막은 택시' 사고 피해자의 아들 김민호(47)씨는 아직도 분하고 괴로운 마음을 억누를 수 없다고 했다. 눈물을 흘리다 술에 취해 겨우 잠드는 날도 많다고 한다.
김씨는 1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법적 절차가 끝난 뒤에라도 가해자로부터 미안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손해배상액을 자꾸 깎으려고만 하니 괘씸해 죽겠다"고 말했다.
폐암 4기 환자이던 김씨의 어머니 박모(사고 당시 79세)씨는 지난해 6월 8일 오후 호흡 곤란으로 사설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향하던 길이었는데, 최모(32·수감)씨가 모는 택시가 지하철 5호선 고덕역 근처에서 이 구급차를 일부러 들이받았다.
구급차에 있던 가족들이 긴급한 사정을 설명했지만, 최씨는 "사고 처리가 먼저다.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며 막무가내로 10여 분간 앞을 막아섰다. 환자는 119 신고로 도착한 다른 구급차에 옮겨 타고 병원에 도착했으나 그날 밤 숨졌다.
아들 김씨가 최씨를 처벌해달라며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글은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다.
최씨는 이 사고를 비롯해 2015년부터 5년간 가벼운 접촉사고를 빌미로 2천여만원의 합의금·치료비 등을 뜯어낸 혐의(특수재물손괴·공갈미수 등)가 드러나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올해 3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 10개월로 감형됐다.
형사 소송과 별개로 유족은 최씨를 상대로 5천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고, 올해 8월 3천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다.
김씨는 고통이 완전히 위로될 만한 금액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판결을 받아들였다. 최씨 측도 처음에는 가진 재산을 팔아서라도 배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약 두 달이 지나서 온 연락은 뜻밖이었다.
"가진 재산도 변변치 않고, 변호사 선임비용 등을 대느라 돈이 없다며 대뜸 2천만원에 합의를 하자고 하더라고요."
김씨는 탐탁지 않은 제안임에도 이를 받아들이고 일을 매듭짓고자 했지만, 곧이어 최씨 측에서 "1천만원 정도밖에는 못 줄 것 같다"고 입장을 다시 바꿨다고 한다. 이번에는 김씨가 거절했고, 배상 절차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
김씨의 법률대리인인 이정도 법무법인 참본 변호사는 "최씨가 형기를 채운 뒤 급여 압류 등 강제집행을 시도할 수 있다"면서도 "이 방법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번거로운 탓에 의뢰인이 계속 정신적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씨를 더 화나게 하는 것은 이제껏 단 한 차례도 사과하지 않은 최씨의 태도다.
김씨는 "경찰 수사, 검찰 수사, 재판 중, 재판 끝난 뒤에도 사과는 없이 계속 배상금만 줄여 달라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라고 했다.
최씨는 약 7개월간 진행된 재판 기간 법원에 총 25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1심 9차례, 항소심 16차례다. 김씨는 "형량을 줄이려 반성문을 그렇게 많이 내고 유족에게는 반성문은커녕 전화 한 번 하지 않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연합뉴스는 수감 중인 최씨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김씨는 "제가 당한 일은 다른 누군가도 얼마든지 당할 수 있는 일"이라며 "다시는 긴급 출동 중인 구급차나 소방차를 가로막아 소중한 생명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