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해체돼 거의 사라진 성매매 집결지가 아직도 남아 있는 영등포 4가 주변은 재개발을 통해 현대적 도심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2011년 인근에 대형 쇼핑몰이 완공되면서 이곳 성매매 집결지인 이른바 '영등포 유리방' 골목을 폐쇄해 달라는 주민들 민원과 여론이 거세졌다.
당시 성매매 여성 수십 명은 거리로 나서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성매매 여성·포주·건물주 등 여러 사람들 이익이 맞물리면서 이곳 성매매 집결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 6월 서울시에서는 그동안 멈춰 있던 영등포동 4가 재개발 논의를 다시 시작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잇는 신안산선 환승역도 들어서고, 제2의 세종문화회관도 들어서는 등 영등포 4가 일대는 천지개벽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용적률도 700%로 승인됨에 따라 계획대로라면 45층짜리 주상복합 시설도 들어선다.
이상한 점은 지난 2011년과 달리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해체에 대한 성매매 여성들이나 포주들, 건물주들의 큰 저항 없이 조용하게 진행된다는 데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모두가 열망해 온 영등포동 4가 재개발은 지난 2018년 취임한 구청장의 노력 덕이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며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리방 포주들과 성매매 여성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재개발을 가능하게 한 일등공신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해당 인물은 재개발 예정지에 토지와 건물을 포함해 3곳의 부동산을 소유한 홍모(64)씨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홍회장'으로 부른다. 그런데 홍씨가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면서 여성들을 괴롭힌 악덕 포주라는 이야기가 돈다.
제작진은 "홍씨의 과거를 추적해보니, 그가 10여 년 전 '한터전국연합' 지역 대표로 활동하면서 2011년 영등포 성매매 여성 대규모 단체 시위 때에도 앞장섰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홍씨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노력했지만, 그는 만남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불법으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며 얻은 이익에다 재개발 수익까지 가져갈 수 있는 상황에서, 게다가 포주라는 흔적을 지우고 버젓이 재개발추진준비위원장이 돼 구청장과 간담회를 갖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지금 영등포 4가는 포주의 불법적인 행위에 눈감고, 그가 재개발의 주인공이 돼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눈먼 자들의 도시가 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여성단체는 홍씨를 비롯한 유리방 지역 부동산 소유주 50여명을 '성매매 알선 장소 제공'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건 수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단체 관계자는 "(고발) 6개월이 된 시점에서 전화해 확인했을 때는 아직 피고발인 조사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어느 누구도 '성매매 집결지는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제작진은 "해당 여성단체가 일괄 고발한 50인 소유주들의 주장을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며 "이날 방송을 통해 성매매 집결지에서 불법 행위로 이익을 얻은 포주들이 아무런 죗값을 치르지 않고 재개발로 더 큰 부를 누리게 되는 비상식적인 상황과 이를 가능케 한 재개발 카르텔을 조명하려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