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한 달도 안 된 예비역 병장' 전남의 반란을 이끌다

FA컵 MVP 정재희. 대한축구협회 제공
FA컵 결승 주인공은 전역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예비역 병장 정재희(27)였다.

올해 처음 전남 드래곤즈 유니폼을 입고 뛴 결승 2차전. 정재희는 전남에 FA컵 우승 트로피를 안기는 결승골을 포함해 1골 1도움으로 펄펄 날았다. FA컵 MVP도 정재희의 몫이었다.

전남은 11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021년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원정 경기에서 대구FC를 4대3으로 격파했다. 홈 1차전에서 0대1로 패한 전남은 1, 2차전 합계 4대4 동률을 이뤘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K리그2 최초의 FA컵 우승이다. 전남은 통산 4번째 FA컵 우승과 함께 K리그2 최초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도 손에 넣었다.

정재희가 반짝반짝 빛났다.

2019년 FC안양에서 전남으로 이적한 정재희는 지난해 5월 상주 상무(현 김천)에 입대했다. 올해 K리그2 일정은 김천에서 모두 소화했고, FA컵 결승 1차전 때도 군인 신분이었다. 11월27일 전역 후 전남에 합류했고, FA컵 결승 2차전이 복귀전이었다.

정재희는 전반 39분 날카로운 크로스로 박찬용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3대3으로 맞선 후반 38분에는 사무엘의 패스를 받아 수비수를 제친 뒤 우승 축포를 쏘아올렸다.

전남 소속으로 FA컵에서 딱 1경기만 뛰고도 MVP 수상에 이견이 없었다.

특히 주 포지션이 아닌 측면 수비수로 뛰었다. 전남 전경준 감독은 "공격 쪽에 더 비중을 두는 포지션으로 쓰고 싶었는데 우리 측면 수비 자원이 없었다. 정호진도 피로 골절로 풀타임을 뛸 수 없었다. 측면 수비로 뒀지만, 더 위로 올릴 수도 있었다. 또 위로 올린 다음 정호진의 로테이션도 가능했다"고 칭찬했다.

정재희는 전역에 앞서 김천의 K리그2 우승을 이끌었다. 이어 FA컵까지 거머쥐었다.

정재희는 "K리그2는 장기전이고, FA컵은 단기전 토너먼트인데 우승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면서 "어떤 것이 좋은지는 설명할 수가 없다. 둘 다 너무 좋다"고 말했다.

결승골 장면에서는 너무나도 침착했다. 발로텔리의 패스를 받은 사무엘에 골문을 등지고 정재희에게 공을 넘겼고, 정재희는 수비수를 제친 뒤 왼발로 골문을 열었다. 논스톱 슈팅 대신 한 번 더 공을 친 것이 주효했다.

정재희는 "발로텔레가 사무엘에게 주고, 내가 리턴을 받았다"면서 "논스톱으로 때릴지 고민도 했는데 각이 안 보여서 한 번 쳐 놓고 마무리했다. 그게 진짜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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