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시장에서는 상승률이 주춤한 것은 아직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야한다며 공급확대 등 근본적인 개선책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상승률 줄고 매매·전세 지수 동반 하락…강남은 신고가 행진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집값이 급등한 서울 등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1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06% 올라 3주 연속 오름폭이 축소됐다. 경기·인천도 0.03% 오르며 상승폭을 줄이고 있다. 전세가격도 경기권을 중심으로 올해 가을부터 입주물량이 늘어나며 수도권 전체가 안정된 분위기를 이어갔는데 서울은 0.06% 올랐고, 신도시가 0.01%, 경기·인천이 0.04%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서도 서울 강북구는 1년 6개월 만에 보합 전환하며 상승을 멈췄고(11월 29일주 기준) 관악구는 0.01% 오르는데 그쳐 사실상 보합으로 평가됐다. 서울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직전 실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매되는 하락거래도 나오고 있다.
매매는 팔려는 사람이 살려는 사람보다 많고 전세도 주려는 사람이 구하는 사람보다 많은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전세수급지수는 99.1을 기록하며 기준선인 100 아래로 떨어졌다. 매매수급지수도 96.4로 떨어졌다. 수급지수가 100 아래면 구하려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뜻이다.
정부는 반색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최근 주택시장의 안정화 흐름이 보다 확고해지는 양상"이라며 "서울은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 진입 직전 수준까지 안정되고 11월 실거래의 절반이 직전 거래 대비 보합·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전세시장에 대해서도 "가격 상승세가 지속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전 시장관망·비수기 등 고려해야"…"강남 등 핵심지역 내려야"
시장에서는 정부의 '안정화', '하락' 언급에 대해 "아직은 섣부른 판단"이라며 대조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거래절벽 상황에서 나오는 일부 하락거래를 보고 '하락 국면'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는 것. 서울은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상승폭이 전반적으로 둔화됐지만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과 재건축 사업 활성화 기대감의 영향으로 강남에서는 신고가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우병탁 팀장은 "2019년에도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상승률이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시기가 있었다"며 "그 다음 단계가 조정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다시 상승했는데 현재도 일부 지역에서 상승률이 떨어지고 미분양이 발생하긴 하지만 시장이 하락국면으로 진입하는 등 안정화됐다고 예단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흐름을 판단하려면 거래량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현재는 거래절벽 상황이고 큰 선거 전에는 불확실성 때문에 관망하려는 심리가 강하다"며 "어떤 정당이 집권하든 대선이 끝나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거래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서울을 기준으로 빨라도 2023년까지는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시장이 다시 상승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덧붙였다.
집값 상승의 진앙지였던 강남지역에서 상승률은 둔화되고 있지만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자산관리연구원 고종완 원장은 "6개월 연속해서 거래와 가격이 줄고 하락하는 지역이 50% 이상 늘어야 하락 추세로 들어갔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현재는 하락거래는 서울 외곽지역에서 이뤄지고, 하락하는 지역도 전체 시장의 3분의 1정도"라며 "이사철이 아닌 비수기이기도 하고 대선(내년 3월 9일) 전까지는 관망세가 강하기 때문에 내년 3월 전까지는 시장이 위축되는 국면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 원장은 특히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려면 집값 상승의 '진원지'인 강남의 하락세가 뚜렷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사례를 보면 외곽지역이 내리기 시작한 뒤 마지막에 강남이 내리는데 이때 비로소 '하락 국면에 들어섰다'고 판단한다"며 "강남 등 중심지까지 가격 하락이 이어져야 확실히 하락세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데 최소한 3개월은 내려야 비로소 시장이 하락으로 전환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