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66, 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자택 인근의 한 아파트 1층 화단에서 숨져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오는 14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앞두고 있었다.
오전 9시 20분쯤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급히 아파트 정문으로 들어가 이 아파트 화단 앞에 세웠다. 그 옆과 인근 곳곳에는 이미 경찰차들이 도착해 있었다.
아파트 주변은 '출입금지'라고 적힌 노란색 폴리스라인이 처져 있었다. 라인 밖으로는 기자들이 촬영 및 취재 중이었다. 경찰관들은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함구한 채 주변을 지키며 조사가 한창이었다.
앞에서 만난 경비원 A(73)씨는 "경찰이 먼저 오전 7시30분쯤 관리사무실로 전화했다"며 "관리사무소에 직원이 아직 출근하지 않아 기전실에 있던 직원이 전화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CCTV 화면상으로는 (유 전 본부장이) 떨어져 있는 것만 봤다"며 "경찰 과학수사팀에서 와서 천으로 (시신을) 먼저 덮었다"고 덧붙였다.
이 아파트에 20년 넘게 살았다는 주민 B(53)씨는 "비상계단은 대피를 위해 항시 개방된 곳인데, 흔하지 않은 구조라 외부인은 모르는데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다"며 "차를 타고 출근해야 하는데 폴리스라인 때문에 차를 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을 지나가던 여성 주민 2명은 B씨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이들은 대략적인 자초지종을 듣고 "세상에, 어머"라고 놀라며 가던 길을 재촉했다.
이 밖에 주민들은 보이지 않고 한적했다. 다만, 이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이 복도 창문 밖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고 있었다.
오전 9시 48분쯤 구급차가 시신을 수습하고 나갔다.
포천도시공사 사장인 유 전 본부장은 전날 정상 출근해 업무를 보고 퇴근길에 비서실 직원에게 사직서를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임기는 다음 달 7일까지였다.
공사 직원들은 유 전 본부장이 평소와 다른 점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별다른 징후를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 전 본부장은 직원들에게 "검찰이 적시한 뇌물 혐의와 관련해 그동안 명예가 훼손됐다"며 "나는 아니다"라고 수차례 억울함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의 가족은 이날 오전 4시 10분쯤 유 전 본부장이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갔다며 실종 신고를 해 경찰이 수색 작업을 벌였다. 가족들은 유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유 전 본부장이 오전 2시 7분쯤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휴대전화를 자택에 놓고 가 위치추적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타살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집에서 나와 사망하기 직전까지의 동선 등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8월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48) 변호사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53) 회계사로부터 한강유역환경청 로비 명목으로 2억 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