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출범과 함께 본격 행보에 나섰지만 연이은 선대위 '인사 파동' 논란에 휩싸이며 암초에 걸린 모습이다. 앞서 김성태 전 의원과 피부과 의사 함익병 원장이 낙마한 가운데
'비니좌'라 불리는 노재승 공동선대위원장의 과거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윤 후보의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2030 잡겠다고 데려왔더니…'5‧18, 김구, 정규직 폐지' 논란 노재승
윤 후보는 지난 6일 선대위 출범식에서 청년들과 함께 각종 퍼포먼스를 연출하며 정권교체를 다짐했다. 상대적으로 취약점으로 꼽히는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해 2030세대와의 소통에 방점을 둔 것이다. 이같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 중 한 명이 30대 자영업자인 노 공동선대위원장이다.
노 위원장은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비니모자'를 쓰고 국민의힘 유세차에 올라 즉석 연설로 눈길을 끈 바 있다. 국민의힘 노재승 공동선대위원장. 유튜브 '오른소리' 캡처 문제는 노 위원장이 과거 자신의 SNS에 올린 발언들이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5‧18 비하, 실탄 사용, 정규직 폐지 등과 관련된 노 위원장의 발언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공동선대위원장 거취 문제로 번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노 위원장은 8일 직접 생방송에 출연해 조목조목 해명에 나섰다.
노 위원장은 이날 오후 YTN 인터뷰에서 지난 5월 SNS에
5‧18 다큐 영상 게재와 함께 '대한민국 성역화 1대장. 특별법 제정해서 토론도 감추고 무엇을 숨기고 싶은 겁니까'라고 쓴 데 대해 "해당 영상의 주제인 5‧18특별법을 비판하는 취지에 공감한 것일 뿐, 특정 장면이나 단어 등을 공감하고 공유했던 건 아니"라고 답했다. 다만 해당 영상 내 '5‧18을 관점에 따라 폭동이라고 볼 수 있는 면모도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저는 '그게 잘못이다, 아니다'라고 재단하는 것 자체가 5‧18 정신에 위배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18 운동 관련 평가와 관련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폭동'이라고 규정하는 목소리도 다양성 중 하나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지난 6월 SNS에
'나는 정규직 폐지론자로서 대통령이 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었으면 좋겠다'라는 문구에 대해선 일종의 풍자였다고 해명했다. 노 위원장은 "신사업을 할 때 비정규직을 채용해 시험기간을 가져보고 나서 계속 데려갈지 등을 결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데 굉장한 어려움이 있다"며 "
그 실태를 비꼬고 싶었다"고 했다.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한 비하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노 위원장은 SNS에서
'김구는 국밥 좀 늦게 나왔다고 사람을 죽인 인간'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노 위원장은 "원문은 광복절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구 선생의 영정을 걸고 이승만 대통령의 영정을 빼버렸던 걸 다룬 것"이라며 "그분
(이승만)을 제외하고 김구 선생을 추앙하는 것이 너무 못마땅해 격분한 감정으로 쓴 글"이라고 했다. 현 정부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부족한 점에 불만을 품고 상대적으로 추앙 받고 있는 김구 선생을 비하했다는 것이다.
노 위원장은 "댓글로 썼던 그 내용은 사건에 대한 '조선인 행세를 하는 일본인 장교를 죽인 거다' 또는 제가 아까 썼던 그 내용에 역사적 사료가 공존하고 있다"며 김구 선생이 '건국의 아버지' 아니냐는 질문엔
"'독립의 아버지'라는 건 인정할 수 있는데 '건국의 아버지'는 잘못된 부분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1896년 청년이었던 김구 선생이 황해도 안악군 치하포의 한 주막에서 일본인 상인을 살해한 이른바 '치하포 사건'의 역사적 사료를 근거로 댓글을 남겼다는 의미다.
이준석 대표(왼쪽)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윤석열 "선대위 내에서 검토" 신중론 무게…당내선 우려 목소리
2030 표심을 겨냥해 영입한 노 위원장이 예상치 못한 논란에 휩싸이면서
선대위는 일단 신중론에 무게를 두며 사태를 관망하는 분위기다. 윤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년과 자영업이라고 하는 두 가지 포인트 때문에 여러 분들의 추천으로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위촉이 됐다"며
"이분이 민간인 신분으로 한 얘기들에 대해서 지금 전반적으로 선대위 내에서 한번 쭉 보고 있는 것 같다"고만 했다. 해당 발언들과 관련된
여론의 반응을 보고, 철회 여부 등을 판단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앞서 지난달 27일
딸 관련 'KT 특혜 채용' 의혹으로 김 전 의원은 선대위 직능총괄본부장 직에서 자진 사퇴했고, 지난 5일엔 '독재 옹호', '여성 차별' 등 발언이 드러나며 함 원장이 공동선대위원장에 내정됐다가 철회된 바 있다. 노 위원장까지 낙마할 경우, 선대위가 출범한 지 불과 1주일도 안 돼 3연타를 맞게 되는 셈이다. 최근 며칠 사이에 선대위 인선 과정의 난맥상이 노출되면서
최종 임명권자인 윤 후보가 공식 사과 표명을 해야 할 국면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당내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일단 노 위원장 본인이 해당 발언에 대해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며 "여론을 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중도층 잡겠다고 영입한 사람이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이 정도면 자진 사퇴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했고, 윤 후보 측 관계자는
"극우파인 일베(일간베스트) 중에서도 아주 강성 일베로 보인다.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발언 취지 자체가 납득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