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대구은행 해외부동산 손실 사태, 내막엔 40억 원대 '로비' 사건

검찰, 김태오 회장 등 임직원 4명 불구속 기소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특가법상 횡령 혐의
3년 만에 또다시 CEO리스크

DGB대구은행 제공

해외부동산 손실 사태 전말


DGB대구은행이 캄보디아 현지 대출전문은행을 인수한 건 2018년. 대구은행은 현지 법인명을 'DGB 스페셜라이즈드 뱅크'로 짓고 캄보디아 금융시장에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2020년 초 대구은행은 스페셜라이즈드 뱅크 사옥으로 쓸 캄보디아 현지 부동산 매입을 추진했다.

캄 정부 소유의 부동산을 매입하기로 했고 같은해 초, 총 계약금 약 1900만 달러(한화 약 210억 원) 중 1200만 달러(약 133억 원)를 현지 중개인(브로커)에게 넘겼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부동산 계약을 둘러싼 잡음이 일기 시작했고 결국 계약은 무산됐다.


문제는 계약이 파기됐는데도 대구은행이 계약금 133억 원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계약서에 '환급 불가' 조항이 있었기 때문인데, 한국과 캄보디아의 문화 차이 혹은 브로커와의 소통·신의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구은행은 점 찍어 뒀던 부동산은 손에 넣지 못한 채 100억 원대 손실을 대손충당금으로 처리했다.

이후 대구은행은 손실액의 일부를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은행 측은 현재 정확한 회수 금액은 파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열어보니 로비 사건…검찰, 김태오 회장까지 기소


올해 초부터 대구은행 안팎에서 부동산 손실 사태를 둘러싼 책임론이 대두됐다.

다만 캄보디아 사태 당시 대구은행장이었던 DGB금융그룹 김태오 회장은 지난 3월 회장직 연임에 성공했다.

반면 대구은행은 관련 업무를 담당한 직원들을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전 캄보디아 현지법인 부행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그렇게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6일 그 결과가 공개됐다. 검찰은 부동산 손실 사태 이면에서 뇌물 사건을 발견했다.

대구지방검찰청 제공
당시 대구은행이 책정한 부동산 매매대금은 상당히 부풀려진 상태였는데 그 차액이 바로 로비자금이었던 것.

검찰 조사 결과, 대구은행은 대출전문은행이었던 스페셜라이즈드 뱅크의 상업은행 라이선스를 취득하기 위해 로비자금 약 41억 원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뇌물은 돈을 전해주기로 한 브로커가 받았고 실제 현지 공무원에게까지 전해졌는 지는 아직 수사 중인 단계다.

관련 혐의는 국제거래상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사건의 총 책임자는 당시 은행장이었던 현 DGB금융그룹 김태오 회장. 그리고 실무 담당자는 현지법인 부행장과 대구은행 상무, 부장급 직원 등 3명이다. 검찰은 이들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한편 이 로비 사건과 별개로, 캄 현지 법인(SB)은 지난해 10월 대출전문은행에서 상업은행으로 전환에 성공했다.

3년 만에 대구은행 또 CEO리스크

연합뉴스
이로써 DGB금융그룹과 핵심 계열사인 대구은행은 또다시 CEO 리스크를 안게 됐다.

2018년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이 비자금 조성, 채용비리 혐의로 물러난 지 3년 만이다.

힘들게 공들여 온 '청렴' 이미지가 또다시 타격을 입으면서 사기 저하를 호소하는 직원들도 생겨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그룹 고위직이 두 번이나 불명예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은 전무후무하다는 평가가지배적이다.

지역 시민단체도 날선 비판을 내놨다. 대구참여연대는 "금융지주 회장과 핵심 임원이 국제적 뇌물범죄를 저질러 국제적 망신까지 초래하니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더욱 분개하는 것은 김태오 회장이 이 사건이 터진 후 지난 3월 캄보디아 현지 직원들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것인데, 본인이 알고 허용한 일을 부하 임직원에게 책임을 돌리며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더 낡고 부패한 행위를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대구참여연대는 김 회장의 사과와 사퇴,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의 혁신 등을 촉구했다.
 
한편 금융감독원도 이와 관련해 대구은행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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