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당국은 아직 발생 초기인 데다 관련 데이터가 부족한 만큼 오미크론의 위험도를 '낮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이상원 역학조사분석단장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미크론 변이의 우세화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대해 "현재 (처음 발생이 보고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상황을 볼 때, 오미크론의 전파 속도는 델타를 훨씬 능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그리고 남아공에서는 빠르게 델타를 대체해 우세종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 미국은 앞으로 오미크론이 델타를 대체해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고, 이러한 판단은 우리나라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WHO(세계보건기구)에 오미크론 변이 발생을 처음 보고한 남아공은 지난 달 22일부터 28일까지 전세계에서 가장 큰 주간 발생 증가율을 보였다. 해당 주간 남아공에서는 2만 9373명이 확진돼 직전 주 대비 무려 739.7%의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에서도 주간 발생 환자가 1주 전보다 2배 가까이 급증해 총 4만 373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하와이, 루이지애나, 메릴랜드, 미네소타, 미주리, 네브래스카, 뉴저지, 뉴욕 등 최소 12개 주(州)에서 변이 감염자가 확인됐다. 전날 뉴욕타임스는 미네소타 주의 첫 확진자인 30대 남성이 확진된 시점이 지난 달 23일로 남아공의 보고보다 앞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WHO는 오미크론을 현재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델타 변이와 같은 수준의 '우려 변이'로 긴급 지정했다. 오미크론(B.1.1.529)은 스파이크 단백질에 총 32개에 달하는 변이 부위를 지닌 것으로 파악돼 해당 변이가 10여개에 불과한 델타보다 훨씬 높은 전파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이 단장은 "그렇지만 현재는 발생 초기"라고 전제하며 "이후에 (관련) 결론이라든가 주요 내용이 바뀔 가능성도 있으므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0시 기준으로 국내 오미크론 감염 확정사례는 지역발생 10명, 해외유입 2명 등 12명이 추가돼 누적 24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대부분 무증상·경증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단장은 "다행히도 오미크론 변이 관련 확진되신 분들의 건강상태는 현재까지 안정적이고 경미하다"면서도 "아직까지 많은 분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미크론의 중증화 정도를 일반화해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
실제로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전날 CNN 방송에 출연해 남아공의 유행 급증세를 들어 "오미크론이 전파력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이르지만 오미크론의 변이 독성이 그렇게 심각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지금까지 나온 신호는 약간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이 단장은 이에 대해 "지금 해외에서도 오미크론이 (확진되더라도) 경증에 그친다는 뉴스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지만 세계 모든 감염병 전문가들이 일관되게 언급하는 것은 '현재는 유행 초기로 아직 확실성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 '더 많은 자료수집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경고"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미크론의 위험도는 위중증률이라든가 전파력, 백신 회피력 등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며 "설령 위중증률이 델타보다 낮다고 가정하더라도 이것이 방역수준 조정에 부합할 만큼인지 등도 충분히 판단해야 한다"고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현재 오미크론 감염자는 1차적으로 PCR(유전자 증폭) 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들에 대한 전장 유전체 분석이나 변이감별용 PCR 검사 등을 거쳐 확인되고 있다.
이 단장은 "환자를 확인한다고 해도 이 사람이 어떤 변이를 갖고 있는지는 감별하기가 어렵다. 좀 더 특수한 검사법이 필요한 것인데 가장 정확한 것은 이 바이러스가 갖고 있는 모든 유전자를 분석하는 것"이라며 "이것을 전장 유전체 분석이라고 하는데, 한 닷새 정도의 시간이 들어가고 4만 개 정도의 유전체를 읽어내야 되기 때문에 노력도 상당히 많이 들어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사회에서 'n차 감염'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대규모로 활용할 수 있는 검사법으로는 적절치 않은 셈이다.
이 단장은 "오미크론 전용 검사법을 현재 개발 중에 있다. 질병관리청의 기술력, 우리나라 바이오기업의 능력으로 볼 때 이것은 한 달 이내 충분히 완성될 것이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또 "이미 시제품에 대한 설계는 들어가 있는 단계로 환자의 검체에서 분리한 바이러스에 대한 성능평가를 통해 최종적으로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추가된 해외유입 사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여행력이 있는 50대 여성 1명과 60대 여성 1명 등 2명이다. 여행에 동행했던 이들은 이달 초 입국 당시 검역에서 확진됐고, 변이 분석을 통해 오미크론 감염자로 새롭게 확인됐다.
지난 달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뒤 이달 1일 오미크론 감염 사실이 국내 최초로 확인된 인천 목사 부부, 이들과 별개로 나이지리아를 다녀온 50대 여성 2명 등 현재까지 오미크론 관련 해외유입 사례는 모두 아프리카와 연관이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지역발생으로 추가된 사례는 목사 부부가 목회 중인 인천 미추홀구 교회에 출석 중인 교인, 선행 오미크론 확진자의 가족 또는 지인 등 10명이다. 해당 교회에서 진행된 예배 등에 참석했던 70대 외국인(충북 거주)을 제외하고는 전원 인천 거주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그는 교회에서 관리하고 있는 예배 참석명단에는 누락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지난 달 28일 이 교회를 방문한 인원은 거주지 인근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달라는 재난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오미크론 감염 의심사례도 하루 새 6명이 늘어 당국이 변이분석을 진행 중인 사례는 총 10명이다.
이들은 각각 인천 교회의 교인 3명, 앞서 확진된 교인의 10대 미만 가족, 교인의 10대 미만 지인, 선행 감염자와 식당에서 접촉한 확진자의 가족 등으로 파악됐다. 인천 미추홀구 교회를 중심으로 'n차 감염'이 빠르게 퍼지는 모양새다. 이들 중 접종완료자는 2명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표환자인 40대 목사 부부로부터 촉발된 오미크론 집단감염은 이들을 공항에 마중나갔던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지인 A씨와 그의 가족(부인·장모), A씨의 지인으로 역시 해당 교회의 교인인 B씨 등을 고리로 전방위 확산되고 있다.
목사 부부→A씨→A씨의 장모→장모가 식당에서 접촉한 30대 여성, C씨→C씨의 가족 등 '4차 감염'도 발견됐다. A씨의 장모는 딸, B씨 등과 함께 지난 달 28일 교회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방대본 박영준 역학조사팀장은 "(오미크론 관련) 대략 600여명 정도의 밀접접촉자가 관리되고 있다"며 "그 외 동일 항공기 탑승객 중에서는 (확진자) 앞뒤 2열만 밀접접촉자로 관리하고 있고, (이밖에) 같은 항공기의 탑승객에 대한 추적관리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밀접접촉자들은 아직 잠복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추가확진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인천 교회와 관련된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을 놓고 "일부 드물게 충북 지역의 교회 방문자 1명도 확진됐기 때문에 타 지역 확산 가능성은 열어두고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아직 인천 교회에서 예배 당시 방역수칙 위반 관련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다면서도, 행사 이후 소규모 모임 등을 통해 얼마든지 추가전파는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밀접접촉자 외 당국이 잠재적 접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리 중인 이들까지 합치면 현재 추적관리 대상은 1천 명을 훌쩍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