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지난 2019년 6월 여수시청 뒤편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한 이후 벌써 3번째 겨울을 맞았지만 여전히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올 겨울도 기약 없는 농성을 이어가야 할 처지다.
6일 오전 여수시청 뒤편 주차장 일대.
생계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팻말과 함께 주변과는 상이한 모습의 간이 천막이 눈에 띄었다.
재활용 비닐로 어설프게 둘러진 천막을 걷어내고 내부로 들어가자 성인 남성 2명이 겨우 누울만한 공간에 갖가지 세간살이가 이곳저곳 자리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한 스티로폼 판넬을 지붕 삼은 이곳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빼앗긴 여수시 남산동 수산물특화시장 상인회 소속 상인들이 900일 넘게 노숙농성을 이어가는 곳이다.
무엇이 이들을 주차장 한켠 허름한 공간으로 내몰았을까.
이곳에 자리한 여수수산물특화시장 상인들은 관리비 납부 문제 등으로 ㈜여수수산물특화시장 측과 수년간 갈등을 겪고 있다.
주식회사 측과의 갈등은 2014년 1월 상인회가 구성된 이후 자체적으로 관리비를 걷으면서 시작됐다.
주식회사 측은 관리비와 공과금을 회사에 납부하라는 입장인 반면, 상인회는 정상적으로 공과금을 한전 등에 납부했다는 입장이다.
주식회사가 급기야 사측에 관리비 등을 내지 않은 가게에 대해 8차례에 걸쳐 단전단수 조치하면서 점포 30여 곳, 상인 50여 명이 생계를 포기하고 시장 밖으로 나와야 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초기 30여 명으로 시작했던 농성에 남은 인원은 15명 가량으로 모두 70~80대 영세상인이다.
낮 시간 농성을 이어가는 팀과 2일 1교대 형태로 노숙하는 이들로 나눠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른 상인들은 그나마 젊거나 조금의 여유가 있어 다른 일을 시작했지만 이곳에 남은 상인들에게는 과거 수산물특화시장이 삶의 전부다.
실마리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다행이겠지만 시장으로 돌아갈 날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상인들을 더욱 힘겹게 하고 있다.
이들은 여수시가 소유한 수산물특화시장 아케이드의 빈 점포를 임대하거나 시장 인근에 임시 점포를 개설하는 등 한시적 생계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수시가 분쟁조정시민위원회를 구성해 중재안 등을 제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공과금을 사측에 납부한 뒤 이전 자리로 돌아가라는 내용에서부터 시장 아케이트 철거 등 상인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시의회가 정례회 발언 등을 통해 수차례 문제 해결을 위한 여수시의 적극적인 행정을 주문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요원한 상태다.
여수수산물특화시장 상인들 생존권투쟁위원회 김경열 부위원장은 "상인들이 시청에서 농성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시에서 요구한데로 공과금을 한전에 직접 납부했는데도 사측에 의해 단전단수 당했기 때문"이라며 "시 방침에 따랐는데 생계를 잃어버렸으니 시에서 한시적 대책이라도 마련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