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험생 딸이 백신 접종 뒤 정신착란 등의 후유증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는 A씨의 하소연이다.
그의 딸은 지난 7월 20일 청주의 한 병원에서 화이자 백신(1차)을 맞고 이틀 뒤부터 환청을 호소하면서 헛소리도 했다.
순간적인 증세려니 하고 지켜보던 가족들은 딸 상태가 점차 악화되자 서울아산병원을 찾았고, 이름조차 생소한 자가면역뇌염 진단을 받았다.
면역계가 뇌를 공격해 기능을 못 하게 만드는 희귀질환이라는 것이다.
두 달 가까이 중환자실을 오가며 인공호흡기 치료까지 받은 그 딸은 충북지역 고3 중 유일하게 중증 이상반응 환자로 분류됐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백신과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통보해왔다.
A씨는 "평소 아픈 곳 없이 건강했던 딸인데, 백신과 무관하다고 어떻게 단언하느냐"며 "치료받은 병원에서도 백신이 촉매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딸은 다행히 증세가 호전돼 퇴원했지만, 가족들은 2천만원 넘는 치료비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재발 가능성 등에 대한 불안감도 가시지 않았다.
참다못한 A씨는 치료비 보상청구를 위해 재심사를 요청한 상태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각오다.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자 정부는 백신 추가접종(부스터샷)을 독려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까지 출현해 국민적 불안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백신 부작용에 대한 인과성 조사나 원인규명은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4일 충북도에 따르면 백신접종이 시작된 지난 2월 이후 접수된 사망이나 중증 이상반응 신고는 모두 152건이다.
이 중 97건에 대한 인과성 조사가 이뤄졌지만 '아나필락시스'(항원·항체 면역 반응으로 발생하는 급격한 전신반응) 23건을 제외하고는 입증된 사례가 단 1건도 없다.
국제적으로 입증된 아나필락시스 말고는 인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환자와 가족들은 거리로 나와 절박함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피해자 가족협의회(코백회)는 질병관리청과 헌법재판소 등에서 시위를 벌이고, 지난달 24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만나 인과성 심의과정 공개와 신속한 보상 등을 촉구했다.
이후 정부는 한국형 인과성 기준을 마련과 보상범위 확대 방안 등을 내놓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며 애를 태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