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죽겠구나" 청장에 글 올린 뒤 보호 조치…경찰 또 초기대응 미흡 논란

피해 여성 신체 많은 부분에 멍이 들어있다. 독자 제공
과도한 성적 집착과 폭행 등으로 오랫동안 데이트 폭력을 저지른 30대 남성이 스토킹처벌법으로 최근 구속됐다.

하지만 양산 여중생 폭행 사건에 이어 이번에도 경찰의 초동 대응 미흡으로 피해자가 보복 폭행을 두려워하며 오랜 시간 불안에 떨었다.

김해서부경찰서와 피해 여성 등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4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김해 등지에서 연인 관계인 B(30대·남)씨에게 수십 차례에 걸친 폭행을 당했다. 연락을 제때 받지 않고 자신의 성적 집착에 대한 요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였다.

저수지에 데리고 가 "같이 죽자"고 협박하는 등 폭행은 주로 야산이나 차 안에서 이뤄졌다. 폭행 탓에 직장도 자주 출근하지 못했다. 심지어 지난 달 22일에는 한 야산에서 욕설과 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자 B씨의 신고로 119를 통해 병원에 실려갔다.

이 때 A씨가 전치 5주 상해를 입자 경찰에 고소하기로 결심했다. A씨는 스토커처럼 계속 연락이 오는 B씨의 손아귀에 벗어나고자 가족의 도움을 받아 은신처로 피신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24일 아픈 몸을 이끌고 직접 김해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로 찾아가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냈다.

당시 여청수사과 경찰관은 "이 건은 종합적으로 봤을 때 오랜 기간 폭행 건으로 형사과에 가야 한다"며 사건을 형사과로 돌려보냈다.

문제는 경찰서에서는 연인 사이나 과거 연인 사이에 발생한 데이트 폭력은 여청과가 담당 부서인데 이를 두고 해당 경찰관이 잘못된 판단을 한 데 있다. 지난 10월 경찰청은 전국 일선서에 늘어나는 데이트 폭력 등은 관할 경찰서의 여청과로 한다는 업무 분장 지시를 내렸다.

A씨는 담당 부서도 아닌 형사과에서 조사를 받고 집에 돌아갔고, 경찰로부터 오랫동안 연락이 없자 더욱 두려움에 떨었다고 한다. 경찰관의 잘못된 판단과 소극적 대응 탓에 A씨는 불필요한 불안과 두려움까지 떠 안게 된 셈이다. B씨가 A씨의 은신처를 찾기 위해 계속 가족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던 때였다.

A씨는 불안에 떨다 결국 26일 오전 경남경찰청 누리집 '청장과의 대화'에 들어가 경남청장에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B씨가 자신을 찾고 있는 등 최근 잇따르는 보복 폭행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다.

그는 "1년 넘게 폭언과 구타, 협박을 받아 경찰서에 찾아가 고소했지만, 저의 상황에 여러 확인이 필요하다고 해 현재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최근 데이트 폭행으로 사망한 여성 사건을 계기로 저도 곧 이 남자의 손에 죽겠구나 생각을 했다"며 신속한 도움을 요청했다.

피의자와 피해 여성 SNS 대화. 독자 제공
청장에게 글을 올린 이후 수시간 만에 여청과에서 연락이 와 피해자 보호 조치 등이 이뤄졌다. 양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경찰의 초기 대응 미흡처럼 이번 사건도 업무 미숙지 등 소극적인 초기 대응 탓에 B씨가 자신을 찾아 해코지라도 할까봐 극심한 불안에 시달려야만 했다.

경찰관계자는 "해당 민원 글과는 상관없이 이미 체포영장과 통신영장 등을 신청하며 수사 진행 중이었다"며 "초기 대응 미흡은 없었다"고 밝혔다.

A씨는 "데이트 폭력이라고 분명 말하며 폭행 당한 사진 등 관련 자료를 들고 갔음에도 다른 부서에서 조사를 받았고 오랜시간 연락이 없어 두려움에 떨었다"며 "다행히 지금은 B씨가 구속되긴 했지만 조금 더 경찰이 이런 데이트 폭력 사건에 재빨리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해서부서 여청과는 잘못된 판단을 한 일부 경찰이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다른 사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밀하게 대응했다고 해명했다.

경찰관계자는 "피해자가 형사과에서 조사를 받고 바로 다음날(25일) 이 사건을 이첩받아 내부 검토를 거쳐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다"며 "이후 피의자 B씨 조사와 체포, 구속영장 신청까지 재빠르게 대처해 지난 12월 1일에 B씨를 구속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B씨는 스토킹처벌법과 상해 등 혐의로 조사를 받은 뒤 곧 구속 송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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