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등 입찰비리 후속 행정 제재에 구멍 숭숭

충남 홍성군 2014년 마을 방송 입찰, 7년 지나도록 담합 적발 사실 인지 못해
담합 업체에 뒤늦게 되물어 확인 해프닝까지…부정당업체 등록 시기도 놓쳐
충북 영동군 마을방송 입찰비리 사건, 처분 시효 만료 앞두고 조달청과 긴급 협의
중소벤처기업부의 늑장 대처도 도마 위, 시효 만료로 행정 제재 못해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담합 등 입찰비리에 대한 정부 부처나 자치단체 등 공공 기관의 후속 행정 제재 조치가 제 때 이뤄지지 않아 처분이 면제되거나 뒤늦게 처분 시효에 쫓겨 이뤄지는 등 잇따라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중소벤처기업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입찰 담합과 관련해 처분 시효를 놓치는 바람에 담합 기업에 추가적인 행정제재를 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최근 발생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처분 시효 놓쳐…공청회 열고 처분 면제 통보만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중소기업 간 경쟁입찰 분야인 동보장치(재난·마을방송 등 송수신장비) 제조업체간 담합행위를 적발해 7개 업체에 대해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를 내렸다.
 
동보장치 업체들의 이같은 담합 사실은 2018년 12월 28일자 공정거래위원회 보도 자료를 통해 공표됐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 사건은 지난 2009년부터 2014년 7월까지 이어진 것으로 '중소기업 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지원법'에 따르면 중소기업 간 경쟁입찰에서의 담합 등에 대해서는 입찰참가자격 취소 또는 1년 이내의 자격 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또, 담합 등 부당행위에 대한 행정 제재는 처분 시효가 7년으로 이 사건에 대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조치가 2021년 7월 이내에 종결됐어야 했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가 이들 업체에 대해 뒤늦게 행정 제재에 착수하는 바람에 결국 행정처분을 하지 못했다.
 

공정위, 입찰비리 적발…충남 홍성군 "언제 그런 일이? 통지 못받아"

공정거래위원회가 2018년 적발한 마을방송 동보장치 입찰비리 자료사진. 공정거래위원회
행정제재 시기를 놓친 것은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이다.
 
공정거래위위원회가 적발한 14건의 담합 가운데 2건은 2014년 7월 충남 홍성군 마을 방송 장비(동보장치납품) 입찰 과정에서 발생했다.
 
그런데 홍성군에 확인한 결과 입찰과정에서 담합이 있었던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홍성군은 기자가 취재에 나서자 담합으로 적발된 업체들에게 이를 거꾸로 확인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찰담합 비리를 외부에 공표(보도자료 배포 2018년 12월 28일)한 시점에서 곧바로 제재에 나섰다면 처분시효 만료 전에 부정당업체 등록이 가능했다.
 
충남 홍성군 홍보전산담당관실 통신팀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 또는 경찰이나 검찰이든 사건을 처리한 기관에서 통지를 해줬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 영동군 뒤늦게 입찰비리 후속 조치…올 연말 시효 만료, 하마터면 때 놓쳐


충북 영동군에서 발생한 마을방송 입찰비리(동보장치 납품 2016년~2018년)도 하마터면 행정 제재를 하지 못하고 면죄부를 줄 뻔했다.
 
8개 동보장치 업체가 연루된 충북 영동군 마을방송 입찰 비리 사건의 경우 억대의 뇌물이 오가면서 해당 공무원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파면됐으며 관련 업체들도 무더기로 사법 처리됐다.
 
충북 영동군은 뒤늦게 해당 업체들이 부정당등록 업체 대상임을 파악하고 조달청에 해당 업체 들을 통지하는 등 행정 제재에 착수했다.
 
충북 영동군 관계자는 "2016년 조달청이 발주한 마을방송 동보장치 입찰의 경우 처분 시효가 이달 말(2021년 12월)이어서 조달청이 부정당업체 등록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군에서 자체 발주한 2018년 사업은 아직 처분 시효가 남아 있어 조달청의 행정 제재가 마무리되면 추가적으로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충북 영동군 관계자는 추가 행정 제재가 늦어진 데 대해 "사건 발생 이후 해당 부서 직원들이 대거 인사 조치되면서 후속 행정제재를 챙기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담합, 뇌물 등 입찰 비리업체 적발 시 유관 기관 통지 시스템에 문제 발생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는 입찰 또는 낙찰, 그리고 계약 이행 과정에서 부정행위 등이 드러날 경우 부정당업체로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이나 하도급거래법을 위반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청이 있거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장관으로부터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청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부정당업체로 등록되면 2년 이내의 범위에서 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된다.
 
또, '판로지원법'에서는 중소기업간 경쟁입찰에서의 이 같은 담합 등 부당 행위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추가적으로 입찰자격취소 또는 정지를 취하도록 했다.

또한, '판로지원법 시행령'에서는 공공기관의 장은 중소기업간 경쟁입찰 과정에서의 담합 등 부정행위 적발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행정제재 의무 조항에도 불구하고 정부부처 또는 공공기관이 이를 지키지 않으면서 위반 업체에 면죄부를 주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담합과 입찰 방해 등 입찰 비리를 저지른 업체들이 처분을 받지 않고 버젓이 입찰에 참가하면 정당하게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들만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공공조달질서 또한 바로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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