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반가워서 함성 좀 질렀다…'노트르담 드 파리'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대성당의 시대가 찾아 왔어 / 이제 세상은 새로운 천 년을 맞지"(-그랭구와르 넘버 '대성당의 시대' 中)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공연. 커튼콜에서 '그랭구와르' 역의 존 아이젠이 '대성당의 시대' 첫 소절을 한국어로 부르자 관객석은 잠시 함성이 일었다. 곧이어 박수가 쏟아졌고 전 출연진이 손을 맞잡고 벅찬 표정으로 관객을 향해 꾸벅 인사했다. 귀깃길, 바람이 귀를 얼얼하게 만들 만큼 바람이 세찼지만 들뜬 관객은 동행인과 공연 후기를 나누며 연신 즐거워했다.

배우의 벅찬 표정과 관객의 들뜬 표정에는 이유가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스 오리지널팀은 지난해 11월 내한공연을 가졌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일시중단·재개를 반복한 끝에 공연은 예정보다 2주 앞당겨 막을 내렸다.

당시 CBS노컷뉴스와 화상인터뷰에서 안젤로 델 베키오(콰지모도 역)와 엘하이다 다니(에스메랄다 역)는 "당황스럽고 좌절했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러곤 "코로나19 팬데믹이 거치면 다시 한국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여전하지만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스 오리지널팀은 꼭 1년 만에 한국 관객과 해후했다.

이번 공연은 '1998년 프랑스 초연 20주년 기념 버전'이다. 다시 돌아온 '노트르담 드 파리'는 작품 고유의 멋과 맛은 유지하되 의상과 안무, 조명 등을 업그레이드해 완성도가 보다 견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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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15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세 남성(콰지모도·프롤로·페뷔스)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대사 없이 노래만으로 풀어낸다. 셋이 빚어내는 사랑의 색깔은 확연히 다르다. 노트르담 대성당 종지기인 꼽추 콰지모도는 순수, 주교 프롤로는 집착, 근위대장 페뷔스는 욕망을 상징한다.

송스루(Sung-Through) 형식인 만큼 넘버들이 주옥 같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뮤지컬 음악의 문법을 깬 프랑스 뮤지컬 특유의 서정적 가사와 감성적 멜로디가 귀를 잡아끈다. 프랑스어의 굴림 발음 역시 쓰리고 아픈 감정에 불을 지핀다.

공연의 막을 여는 '대성당의 시대'부터 '보헤미안'(에스메랄다), '아름답다'(쾨지모도·프롤로·페뷔스), '살리라'(에스메랄다),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콰지모도)까지 명곡의 향연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 OST는 발매와 동시에 17주 동안 프랑스 음악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1천 만장 이상 판매량을 올리는 등 대중적 인기를 얻기도 했다.

자유롭고 독창적인 안무도 빼놓을 수 없다. 앙상블은 현대무용과 아크로바틱, 브레이크댄스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극에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칼군무는 아니지만 화려하고 역동적이다. 특히 노트르담 대성당을 형상화한 무대를 휘젓는 이들의 자유로운 몸짓은 극중 기득권 세력에 의해 탄압받고 폭동을 일으키는 집시들이 분노를 분출하는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작품의 화룡점정은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가창력이다. 이번 공연은 주요 배역 모두 더블 캐스팅이다. 지난해 내한공연에 참여했던 베테랑 배우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실력파 배우가 함께 참여한다.

1998년 프랑스 초연에서 프롤로 역으로 활약한 다니엘 라부아는 신념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프롤로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파멸의 길로 나를', '신부가 되어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 등 그가 부르는 넘버는 군더더기가 없다. '콰지모도' 역의 막시밀리엉 필립은 공연 내내 구부정한 자세로 긁는 듯한 목소리를 내야 했지만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에스메랄다' 역의 엘하이다 다니의 보컬은 달콤하면서 힘이 넘쳤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23개국에서 9개 언어로 번역되어 1천 5백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국내에서는 2005년 프랑스어 버전을 초연한 후 세 가지(영어·한국어) 버전으로 1천 회 이상 공연했다. 오는 5일 서울 공연(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마친 후 대구(12월 10~26일·계명아트센터), 부산(12월 30일~1월 16일·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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