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국내 상륙으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마무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단계적 일상회복을 안착시키고,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척에 집중하려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오미크론의 국내 의심 사례가 발견된 직후부터 연일 참모진 회의를 소집하며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오미크론에 대한 분석이 마무리되고, 관련 방역 대책이 수립될 때까지는 이 문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불과 며칠전인 지난달 29일 특별방역점검회의를 주재할 때만 해도 문 대통령은 "단계적 일상회복을 후퇴시키지는 않는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면서 정부는 비상 조치의 일환으로 방역 강화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에서 백신 미접종자가 사적모임에 참석할 수 없게 하는 고강도 조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적모임 최대 인원도 8명 이하로 줄이고, 다중이용시설 영업을 밤 10시에 종료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영업시간 제한 등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어 막판까지 격론이 예상된다. 최종안은 3일 오전 중대본 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국정 마무리를 위해 여러 계획을 세웠던 청와대는 당분간 방역과 오미크론 사태 해결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특히, 오미크론 사태는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스케줄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는 종전선언 추진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향후 상황은 유동적일 수 있다.
현재 문 대통령은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파견해 미국과 중국의 의견을 타진해가며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다. 서 실장은 2일 중국을 방문해 양제츠(楊潔)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중국 톈진(天津)에서 종전선언 문제를 협의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을 접견하면서 한반도 종전선언의 매듭을 짓기 위한 미국의 지지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여정이 이어지려면 한미 공조가 중요한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당부한다"고 말했고, 이에 오스틴 장관은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의 개선을 위한 문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미국이 북한에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은 변함없다"고 화답했다.
이와 같이 문 대통령의 외교적인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종전선언은 북한과의 직접적인 대화와 협의가 필수인 만큼 북한의 소극적인 태도로 스케줄은 다소 느려질 수 있다. 한 여권 관계자도 "북한이 방역에 극도로 민감한 만큼, 오미크론 전파는 정부의 평화 프로세스 마무리에 악재"라며 "결국은 북한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K-방역의 성과를 전세계에 홍보하고 코로나19 위기 관리 정부로 스스로 모토를 정하기도 했던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이번 고비를 극복하는 것은 다른 어느 것보다 중요한 임무다. 청와대는 특히 방역과 민생의 조화를 찾기 위해 내부적으로도 치열한 토론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KBS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급격한 거리두기 강화보다는 어떻게 미세하게 조정할지를 발표할 것"이라며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집합을 제한하는 조치는 민생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고,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손실보상 문제와도 연결된다"고 말해 정부의 고심을 드러냈다.
방역 못지 않게 자영업자들의 생계와 민생을 고려한다는 청와대의 의지는 강하지만, 오미크론 관련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되는 만큼 3일 발표되는 정부의 방역강화안이 예상보다 강력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