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의 신종 변이인 '오미크론'의 국내 상륙이 확인되면서 '백신 무력화'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감염 첫 의심사례로 오미크론 변이 발생국인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40대 확진자 부부가 접종완료자들이었던 것으로 나타나 이같은 불안을 키우고 있다. 오미크론은 현재 4차 유행을 이끌고 있는 델타 변이보다 한층 더 강력한 전파력을 지녔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에 대해 오미크론이 기존 코로나19 백신의 면역 효능을 떨어뜨린다는 정확한 근거는 아직 없다며, 예방접종 및 추가접종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정은경 본부장(질병관리청장)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미크론이 백신에 어떤 영향을 줄지, 백신 효과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기존의 백신들이 효과가 완전히 없어지거나 많이 떨어지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접종에다 추가접종(3차 접종)을 하게 되면 좀 더 항체가를 신속하게 올려 오미크론에 대해서도 대응이 가능하다"라며 오미크론의 등장을 이유로 백신 접종을 지연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정 본부장은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부분들이 어떻게 개발되고 진행될지에 대한 것도 분명히 불확실성이 있다"며 "현재의 델타 변이에 대한 대응, 위중증 예방을 위해서 3차 접종을 12월에 꼭 받아주시길 다시 한 번 강조드리겠다"고 말했다.
조속한 3차접종 독려를 위해 브리핑에 함께한 대한의사협회(의협) 민양기 의무이사(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 역시 "많은 언론이 모더나 사(社)에서 오미크론 전용 백신을 (내년) 1월에 출시한다고 보도한 이후 저희 주변에서도 '그럼 1월까지 기다려서 오미크론용(用) 백신을 맞아야 되는 게 아니냐'고 질문한 사람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하지만 당장 오늘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델타 변이이고, (신규) 확진자가 5천 명 이상 나온 상황"이라며 델타 변이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은 오직 '3차 접종'(추가접종)이라고 역설했다. 현재 한국에서 창궐하고 있는 변이바이러스는 오미크론이 아닌 델타 변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방역당국은 '부스터샷'(효과 보강을 위한 추가접종)이 기본접종 외 일종의 '플러스 알파'(+α)로 받아들여지는 세간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앞으로 '추가접종' 대신 '3차 접종'을 공식 용어로 통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본부장은 "'추가접종'이라는 용어보다 '3차 접종'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라며 "아직은 코로나19 백신이 몇 번을 맞아야 기본접종이 완성되는지 등에 대한 불확실성도 있는 상황이고, 접종 횟수로 국민들께서 기억하시기도 편리한 면이 있다. 이후 진행되는 추가적인 접종 등에 대한 관리 부분들을 고려해 '3차 접종'이라는 용어로 설명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의협과 협력해 12월 한 달을 60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3차접종 집중기간'으로 운영하고, 대상자들에게 접종을 적극 독려하기로 했다. 방대본에 따르면, 4차 유행이 다섯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접종완료군의 돌파감염 비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셋째 주 이후로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인 돌파감염률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된 이후 한 달 만에 2배에서 3.5배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연구사례에 따르면, 3차접종을 한 대상자들은 기본접종 완료자에 비해 확진율이 11.3배, 중증화율이 19.5배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방대본은 "3차접종 후 3일차 문자 조사를 통해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한 결과, 기본접종보다 3차접종(추가접종)의 이상증상 보고율이 낮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국은 기본접종 4개월이 경과한 60세 이상에 대해서는 전날부터 별도의 사전예약 없이도 의료기관을 방문하면 접종할 수 있도록 했다. 민 이사는 "어르신들이 1·2차 접종 때는 주로 (예방접종)센터 위주로 접종을 하셔서, 센터에 모셔다 드려 접종하는 조치를 취했다"라며 "3차 접종은 좀 더 어르신들에게 '프렌들리'(friendly)한 걸 마련하기 위해 독감 예방접종과 같은 방식을 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와 접촉한 전원에 대해 '24시간 이내' 조사 및 등록을 마칠 수 있도록 역학조사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본부장은 'K-방역'의 근간이 된 이른바 '3T 전략'(Test·Trace·Treatment)이 오미크론 대응전략으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이나 역학적인 특성이 아직은 많이 확인되고 있지 않다"라며 "우리나라도 유입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질병관리청과 권역별 센터, 지자체가 협력해서 최대한 접촉자 조사와 관리를 통해 지역사회로 더 확산되는 것을 막고 유입·확산 시간을 지연시키는 노력들은 집중적으로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속하게 접촉자를 격리하고, 격리된 상태에서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게 지역사회로의 n차 전파를 막기 때문에 효과가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또 그런 과정을 거쳐서 전파력과 백신 효과에 대한 역학적인 특성도 같이 파악해 나가면서 통제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전체 확진자 규모가 커진 데다 오미크론이라는 '변수'까지 생기면서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오미크론이 좀 더 조기에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자체가 협력해서 신속하게 역학조사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변이의 출현으로 다시 불거지는 '백신 무용론'을 경계했다. 정 본부장은 "그동안 백신 접종을 진행하며 많은 유행을 억제해왔고, 위중증·사망을 예방해왔다"며 "물론 접종이 진행되면서 감염예방효과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떨어지기 때문에 3차 접종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감염예방뿐 아니라 위중증·사망예방효과는 여전히 높다"고 못박았다.
그는 "현재까지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에 확진되거나 의심되는 사례가 우리나라에 총 9명이 있는데, 접종은 2명 정도 진행됐고 나머지는 지금 접종을 받지 않은 상황"이라며 "몇 명의 사례를 갖고 백신의 효과를 판단하거나 무용론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당국의 기본적인 대응노선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것도 여전히 예방접종과 방역수칙, 두 가지의 기본에 충실한 것"이라며 "백신 접종을 반드시 받아주시길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 오미크론 변이 확진이 최종 확인된 40대 부부는 지난달 14일부터 23일까지 오미크론 감염 발생국인 나이지리아를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지난 10월 말 모더나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이들 부부를 공항으로 마중 나간 지인(30대 남성), 해당 사례와 별개로 해외유입 확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변이 분석을 통해 50대 여성 2명이 오미크론 양성으로 확인됐다. 세 사람은 모두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미접종자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