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중복 수혜를 허용하고 지원 조건도 완화했지만, 예산을 소진하기 위한 뒷북 행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부산시는 지난 10월부터 '부산형 긴급복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거나 가정 폭력 등으로 위기를 겪는 가정에 생계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진행하는 긴급복지 사업에서 소외된 '복지 사각지대'가 있다고 판단해, 이를 해소하겠다며 3개월 동안 1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원 신청과 실적은 매우 저조하다. 부산지역 일선 구·군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지원을 마친 부산형 긴급복지비는 구마다 배정된 전체 예산의 2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산 북구와 부산진구는 지난달 중순까지 단 한 건의 지원 신청도 접수되지 않았다. 해운대구도 같은 기간 신청이 10여건에 그치는 등 부산 대부분 지역에서 지원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실적이 저조한 것은 애초 부산형 긴급복지 신청 자격 조건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부산시는 애초 여러 지원 기준 가운데 소득별 지원 신청 자격을 중위소득 75~100% 사이로 정하고, 중복 수혜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중위소득 75% 이하'가 기준인 정부의 긴급복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가정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신청 가능한 소득 구간이 좁아 자격 요건을 갖춘 가정이 많지 않았고, 기준을 충족해도 이미 정부 지원을 받은 가정이 대부분이라, 대상자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부산 A구청 직원은 "부산형 긴급 복지가 10월에 시작됐지만, 한 달 넘게 지원 실적이 한 건도 없었고, 대부분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정부형 긴급복지로 지원했다"며 "정부형 지원과 중복 수혜가 안 돼 대상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부산시는 지난달 9일 황급히 자격 요건을 변경해 소득별 지원 기준을 중위소득 100% 이하로 완화하고, 정부의 긴급복지 지원을 받았을 경우에도 추가 지원이 가능하도록 지침을 개정했다. 사실상 정부의 긴급복지 수혜자에게 중복 수혜가 가능하도록 기준을 변경한 셈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완화한 기준을 근거로 대상자를 발굴하면서 지자체마다 지원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해, 그나마 사업에 물꼬가 트였다.
북구의 경우 지침 개정 이후 신청 30여건을 접수해 1천400만원을 지원했고, 부산진구도 20여건을 신청받아 3천만원을 지원했다. 해운대구도 신청 건수가 50여건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지금 추세라면 사업이 끝날 때까지 배정된 예산을 모두 지원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반응이 많다. 또 일선 공무원들이 수혜 대상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 B구청 공무원은 "지침 개정 이후 지원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연말까지 배정된 예산을 모두 소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민원인 입장에서도 최장 3차례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부형 긴급복지를 통해 지원받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일선에서 적극적으로 수혜 대상자를 발굴해 지원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전했다.
부산시가 애초 이런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을 밀어붙였고, 그 결과 예산 소진에 급급한 뒷북 조치만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정부의 긴급복지 사업 기간이 연장되면서 부산형 긴급복지 수혜자가 다소 줄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 초기 이런 부분을 고려해 반응을 관찰한 뒤 현실에 맞게 지침을 완화한 것"이라며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