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칭찬했던 中 대만 발언엔 '머리 깨지고 불타 죽어' 험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1일 대만의 국책연구원이 타이베이에서 주최한 포럼 참석자들을 상대로 화상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신경전이 만만치 않다.
 
대만을 식민 지배했던 경험이 있는 일본은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위협을 받을 경우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점점 뚜렷하게 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과거 침략 전쟁의 책임자가 할 소리가 아니라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최근 대만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일본이 공동 대응할 수 있음을 시사하자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이 거친 표현을 써가며 경고한데 이어 성에 안 찼는지 주중 일본 대사를 한밤중에 불러 항의하고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발단은 1일 아베 전 총리가 대만 국책연구원이 주최한 화상 강연이었다. 이 강연에서 아베 전 총리는 "대만에 일이 있다는 것은 일본에 일이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미일 동맹에 일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또 "일본은 대만에 대한 무력 침범을 용납할 수 없다"며 "(중국이 대만에) 군사적 모험 행위를 하는 것은 경제적 자살로 가는 길"이라며 말했다.
 
그러자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이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제관계의 기본준칙과 중일 4대 정치문건 원칙을 무시하고, 대만 문제에 대해 공공연하게 횡설수설·손짓발짓하며 하며 중국의 내정을 함부로 말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대만은 중국의 신성한 영토로, 다른 사람이 함부로 손대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며 "중국 인민의 마지노선에 도전하면 반드시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해 8월 아베 전 총리 퇴임 직전 "양국 관계 회복에 관한 아베 총리의 중요한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최근 중일관계는 정상궤도로 회복하면서 새로운 발전 성과를 거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었다.
 
이랬던 중국 외교부가, 그것도 일본 정계에 영향력이 막강하고 재집권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아베 전 총리를 향해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시진핑 주석이 했던 '머리가 깨져 피가 철철 흐를 것'이라는 말을 꺼낸 것은 격세지감마저 느끼게 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이자 선임 대변인인 화춘잉이 다루미 히데오 주중 일본 대사를 불러 아베 전 총리가 중국과 관련해 잘못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엄중하게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는 2일 홈페이지를 통해 화춘잉 부장조리의 전날 발언을 소개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화 부장조리는 아베 전 총리가 대만 문제와 관련해 극단적으로 잘못된 발언을 해 중국의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하고 중국의 주권에 도발하고 대만 독립 세력을 지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며 과거 중국에 침략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대만에 대해 언급할 자격도 권리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길로 점점 더 멀리 나가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필경 불장난을 하다가 스스로 불에 타 죽게 된다"고 말했다.
 
화춘잉 부장조리의 말도 외교적으로 상당히 거칠게 들린다.
 
이에 대해 다루미 일본 대사는 정부를 떠난 사람의 발언에 일본 정부가 설명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서도 일본 내의 의견을 중국 측도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중국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주중 일본 대사가 중국 외교부에 초치된 것은 지난해 4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라에 버리기로 방침을 정한 이후 처음이다.

중국 외교부의 강한 반발은 퇴임한 전 총리의 발언만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 갈수록 미국에 유착하면서 각종 사안에서 중국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일본 전체와 기시다 후미오 현 정군에 대한 경고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과 일본은 오직 서로 존중하고 호혜의 원칙에 따라 상호 소통할 때 윈윈할 수 있다"며 "미국과 연계해 중국에 대항하는 것은 일본에 잘못된 길이며 전략적인 막다른 골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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