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1일 선대위 인선 등을 둘러싼 갈등 끝에 당 대표의 연락 두절 사태가 벌어진 것과 관련 "본인(이준석 대표)이 휴대폰을 다 꺼놓고 있다고 했기 때문에 무리하게 연락하는 것보다는, 부산에 있다고 하니 생각도 정리하고 당무에 복귀하게 되면…"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민주적 정당 내에서 다양한 의견 차이"로 축소하면서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복귀를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는 따로 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2일 당 대표 없는 최고위원회의가 취소된 데 이어 6일 선대위 출범식까지 완결성 없이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윤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국민의힘 안팎에서 나온다. 논란을 수습하고 결단의 배경을 설명하는 주체가 윤석열 후보 본인이어야 하는데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후보 중심'으로 당이 운영돼야 한다는 윤 후보 측 주장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날 긴급회동한 중진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대표를 예우하면서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고 결국 윤 후보가 직접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의 역할을 축소시킬 수도 있고 김종인 전 위원장 영입을 안할 수도 있고, 지금은 모든 게 윤 후보의 뜻대로 돌아가는 게 맞다"면서도 "다만 왜 후보가 이런 결정을 했는지, 그래서 어떤 대안을 가지고 갈 건지 국민들이 납득이 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문제를 매끄럽게 해결했느냐와 별개로, 후보가 적극적으로 갈등 해소를 위해 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대를 때리든 달래든, 그건 당의 최고 결정권자가 결단하고 행동에 나서야 하는 것"이라며 "윤 후보는 지금 뭔가를 자신의 손으로 해결해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기대됐던 것은 초유의 사태에 걸맞는 비상한 정치력이었지만, 대신 횡행하는 것은 이른바 '윤핵관'들의 발언이다. 윤 후보 본인의 발언과 윤핵관 발(發)로 나오는 내심이 다르다보니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앞서도 김종인 전 위원장 영입 불발 과정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었다. 윤 후보는 공식적으로 김 전 위원장을 "기다리겠다"고 말했지만 윤 후보 측 참모들은 "김 전 위원장에게 저자세를 보여선 안된다"고 조언한 것은 물론 이같은 기류를 외부에 전달했다.
한편 이 대표는 당무를 보면서도 선대위와 연락을 취하지 않는 '잠행 아닌 잠행'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야권 인사는 "윤 후보 측이 벌써 대선을 다 이긴 것 같은 분위기에 취해서 이대로 쭉 가면 된다는 식으로 나름의 조언이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그런 사고방식이라면 이 대표의 연락 두절 상황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