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영장에 윤석열 뺀 공수처, 영장 결과에 명운 달렸다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이한형 기자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재청구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구속영장실질심사가 2일 열린다. 이번 실질심사에서 공수처는 고발장 전달 경로 등 범죄 혐의를 구체화하면서 구속 영장 필요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손 검사 측은 '성명불상'이 빠졌다지만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하는 등 지난 영장 내용과 달라진 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할 전망이다.

고발장 전달자 '성·임 검사 등'으로 적시…물증·진술로 뒷받침 될 지 관건


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지난달 30일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영장에 손 검사가 성상욱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과 임홍석 검찰연구관 등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찰공무원으로부터 1차 고발장을 전달받아 촬영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보냈다고 적시했다. 1차 구속영장 때는 작성자와 전달자 모두 '성명불상'으로 표현했는데 전달 경로를 구체화한 것이다.

1차 영장에서 성명불상의 상급 검찰 간부들을 공모자로 적시한 부분은 아예 빠졌다. 손 검사 단독으로 고발장의 작성과 전달을 지시한 것처럼 혐의 사실을 구성했다. 손 검사가 성 검사, 임 검사 등에게 고발장 작성을 지시했고, 이들로부터 고발장을 전달 받아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줬다는게 공수처의 판단이다. 사건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관여 가능성을 제외하고 손 검사의 혐의 소명에만 집중한 셈이다.

공수처는 구속영장 재청구 사유에 대해서는 다른 검찰 관계자가 고발장 작성에 관여한 정황을 발견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 내용이 손 검사의 범죄 사실에 추가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손 검사의 신병을 확보해 다른 검찰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박종민 기자
이에 따라 이번 영장실질심사는 공수처가 영장에 새로 적시한 내용이 구체적 물증이나 진술로 뒷받침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1차 영장 때 '빈칸'으로 남았던 고발장 작성자와 전달자가 이번에는 성 검사, 임 검사 등으로 지목됐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 근거가 있는지 여부가 영장 발부 여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성 검사와 김 검사는 모두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검사 측, 1차 영장처럼 부실·절차 위법성 부각해 반격할 듯

손 검사 측은 공수처가 2차 영장에 '성모, 임모 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찰 공무원'을 고발장 전달자로 적시한 것으로 봤을 때 고발장 작성자를 찾지 못했고 전달자도 특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찰 공무원만 수십여명에 달하는데 '등'이라고 표현한 것은 지난 1차 영장 때의 '성명불상'과 다름 없다는 지적이다.

검찰 관계자의 고발장 작성 관여 정황 포착도 손 검사의 구속영장 재청구 사유로는 타당하지 않다는 게 손 검사 측 주장이다. 1차 때 제시되지 않았던 증거가 새로 생겼다던지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어야 하는데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수처의 절차 위법 논란도 변수다. 손 검사 측은 공수처의 압수수색이 위법하다며 법원에 준항고를 청구했다. 법원이 준항고 신청을 인용하면 해당 압수수색 집행은 무효가 되고 확보한 압수물은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구속영장에 적시된 범죄 사실도 이 증거들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영장을 발부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속영장이 발부됐는데 준항고 결과가 나오면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날 수도 있어서다.

손 검사 영장 발부 결과, 공수처 명운도 좌우

손 검사의 영장 발부 결과에 따라 고발사주 의혹 수사의 향배는 물론 공수처의 명운까지 걸렸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공수처는 지난 9월 고발사주 사건을 입건한 이후 검사 대부분을 투입하며 수사력을 집중했다. 지난 달에는 공수처 출범 이후로 첫 구속영장까지 청구했지만 기각되는 수모를 겪었다. '성명불상'을 남발한 영장 내용이 공개되자 부실 수사라는 비판도 터져나왔다.

구속영장 기각 이후 손 검사를 두 번, 김 의원을 한 번 소환하며 '스모킹 건'이 나올 지 여부가 주목을 받았지만 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만한 진술이나 증거가 나오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것과는 달리 공수처가 '스모킹 건'을 손에 쥐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수사정보담당관실 압수수색을 통해 고발장 작성자와 전달 경로를 규명한 증거를 확보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영장이 발부되면 '무리한 수사'라는 지금까지의 비판을 잠재우고 '윗선'을 향한 수사로 더 뻗어갈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결정적 증거 없이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드러나 또 한 번 기각된다면, 공수처의 체면이 구겨지는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으로서 존폐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대선을 앞둔 예민한 시기에 야당의 대권 후보를 무리하게 입건했다는 정치적 논란은 물론 사건 실체 규명은 하지도 못하고 위법한 절차로 수사했다는 오명만 남게 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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