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하지 말라는데 왜 계속하냐"…혼난 불법출금 수사검사

이성윤 고검장 공판 나온 현직 검사 증언
"대검 보고 후 이현철 지청장이 수사중단 지시"
"중단 지시 없었다면 이규원 검사 계속 수사했을 것"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불법적으로 막으려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지난 10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공판에 현직 검사가 증인으로 나와 당시 이 고검장을 비롯한 대검찰청과 수원지검 안양지청 지휘부의 수사방해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합의27부(김선일 부장판사)는 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이 고검장의 공판에 윤모 검사를 증인으로 불렀다.
   
윤 검사는 2019년 4월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에서 근무하면서 법무부가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정보 유출' 사건을 배당받았다. 당시 윤 검사는 해당 사건을 수사하던 중 법무부가 수사의뢰한 혐의 외에 김 전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 자체가 불법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발견하고 별건으로 수사를 진행하려 했다.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돼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하던 이규원 검사가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무리하게 막기 위해 가짜 내사번호와 이미 무혐의 처분이 난 사건번호를 이용해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무리하게 막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나 윤 검사는 이 검사의 비위혐의를 당시 이성윤 고검장이 부장을 맡고 있던 대검 반부패·강력부와 이현철 안양지청장, 배용원 차장 등에게 보고한 후 수사 중단 지시가 내려왔다고 증언했다. 이 지청장과 배 차장이 당시 형사3부 장준희 부장검사에게 이같은 지시를 전했고, 이 지청장은 이튿날 다른 검사의 결혼식에서 만난 윤 검사에게도 한 번 더 수사중단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관계자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한 서버 압수수색을 위해 청사에 도착해 해당 사무실로 가기 위해 대기한 모습. 연합뉴스
윤 검사는 "이현철 지청장이 '어제 장준희 부장에게 얘기 들었지? 한찬식 서울동부지검장이 (출국금지 승인요청서에 대리 서명) 하라고 했다는데 뭐가 문제가 되냐'라고 말했다"며 "그래서 제가 '그렇다면 한 지검장도 문제 있는 행동을 한 것이다. 중앙지검 사건번호를 써서 그렇게 할 수 있냐'라고 말씀드렸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래서 제가 '진상조사단 파견 검사가 긴급 출국금지를 할 수 있다고 하면 제가 금융감독원에 파견 가서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아무나 긴급 출국금지를 해도 되냐. 그런 결재를 올리면 청장님은 승인해줄 것이냐'라고 했더니 이 지청장의 언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윤 검사에 따르면 당시 이 지청장은 "진상조사단 검사라고 해도 총장한테까지 보고됐으니 수사검사로서 출국금지를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검사는 "혐의가 (중대하고 명백해서) 수사하지 말란다고 안 할 수 없었다"며 "장준희 부장과 생각했던 것도 이건 너무 명백해서 안 할 수가 없다. 이런 증거가 나오면 (윗선에서) 마음을 바꾸시지 않겠나"하며 관련자 조사를 이어갔다고 진술했다.
   
그러자 이 지청장은 지청장실로 윤 검사와 장 부장검사를 불렀다. 윤 검사는 "문제의 조사 이후 굉장히 많이 혼났던 기억이 난다"며 "이 지청장이 '왜 수사하지 말라는 부분에 대해서 수사를 계속하냐'며 상당히 언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황진환 기자
윤 검사가 계속해서 '(사건을) 덮을 수 없다'는 취지로 맞서자 사건은 장 부장검사에게 재배당됐다. 이후 장 부장검사는 이 검사에 대해 수사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고, 약 15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 김 전 차관 출국금지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이 있었다는 의혹을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윤 검사에게 "이현철 지청장으로부터 수사를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다면 계속 수사할 계획이었냐"고 물었다. 윤 검사는 "당연하다. 관련 지침에 따라 상부에 보고했을 것이고 대검에서도 지침대로 처리하라고 했을 것"이라며 "그렇게 자연스럽게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봤지만 전혀 제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고 강조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