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나는 휴양지에서 일한다' 코로나19 이길 워케이션 ②근무중 사람몰리는 강원…워케이션이 만든 기적 ③일+휴가 시장 잠재력 큰 '워케이션' 제주도는 나몰라라 ④단체 일주 제주관광 지고 마을 체류 힐링여행 뜬다 ⑤'체험도 휴양도 가능' 제주 마을관광의 매력 그러나 ⑥전담조직없는 제주 마을관광 '여행객' 외면 ⑦잠재력 큰 제주 마을관광 '컨트롤타워'가 없다 ⑧코로나 위기 기회로 바꾼 제주 마을여행 '머체왓숲길' ⑨'보고 즐기고 쉬고' 제주 동백마을에선 다 된다 ⑩제주 이주민들이 만든 협동조합 마을여행 중심에 서다 ⑪제주에서 일하멍 쉬멍…'워케이션' 바람 거세다 (계속) |
그러나 현장에 도착하면 잠만 자는 숙박업소가 아니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독특한 구조의 건축물이 곳곳에 있고 잔디광장은 테이블과 의자로 채워져 있다.
본 건물에 들어가도 여느 리조트나 호텔 로비와 달리 1층 곳곳에는 업무 공간이 배치돼 있다.
화상회의도 가능한 공간이 있고, 카페처럼 보이지만 노트북을 켜고 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2층과 3층은 20개에 이르는 객실로 꾸며져 한 곳에 머무르며 일도 하고 쉴 수도 있는 시설이 모두 갖춰진 셈이다.
업무가 가능한 공간이 곳곳에 있고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는 장소, 명상을 할 수 있는 곳, 게임을 즐기는 공간,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배치됐다.
텐트가 설치돼 캠핑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캠프파이어가 가능한 장소도 있다.
제주 플레이그라운드에 오면 노는 것도, 쉬는 것도, 심지어 일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긴데, 한마디로 워케이션(Workation)이 가능한 곳이다.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인 워케이션은 일정 기간 휴양지에 머무르며 회사 업무를 하는, 일과 휴양이 결합된 형태로 재택이나 원격 근무가 활성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시대 대안관광으로 뜨고 있다.
이날 제주 플레이그라운드에서 만난 경기도 포천시 청년 창업가 한도언(26)씨는 "일주일간 워케이션을 하기 위해 제주를 찾았다"며 "업무를 얼른 마감하고 제주 곳곳을 누비며 놀러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한 씨는 VR(가상현실) 컨텐츠나 영상을 제작하는 '커넥터즈'를 올해 8월 창업했는데, "제주에서 일도 하고 휴가도 즐기기 위해 워케이션 시설이 갖춰진 제주 플레이그라운드를 전날 찾았다"고 밝혔다.
그는 "일하는 공간에서 바다가 보이고 밖에서도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업무 능률이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며 웃었다.
한 씨의 업무를 돕고 있는 친구 백기열(26)씨는 "업무도 하고 휴가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넘치는 곳"이라며 "제주도가 수도권과 가까운 곳에 있다면 좀 더 자주 찾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다만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일과 휴가를 병행하려면 좀 더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와야 할 것 같다"며 "항공비와 렌트카 등 교통비 부담은 큰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도년 프립 파트장은 "11월 한달간 제주 워케이션 방문 이벤트를 진행해 지금까지 24명이 이용했다"며 "올해 초부터 제주에서 일주일 살기 이벤트 형식으로 모객을 했는데 1000여 명이 찾았다"고 설명했다.
김 파트장은 또 "공기업이나 IT회사, 개발업체 등이 주로 이용했다"며 "의귀리 승마와 함덕 캠핑, 한라산 숲길, 하효마을 테우 타기, 고망낚시 등 마을관광과도 연계해 워케이션 이용객들의 즐길거리와 먹거리, 체험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프립은 300여 개의 콘텐츠를 발굴해 업무 후 즐길거리를 찾는 워케이션 이용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김 파트장은 "워케이션 시설 주변에 편의시설이 많지 않고 이동거리의 문제도 발생한다"며 "행정이나 마을 주도로 유휴공간이나 콘텐츠 제공 등을 적극적으로 하게 되면 워케이션 활성화도 빨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사나 개인의 성향이 달라 업무 환경이나 휴식공간 등의 만족도가 다른 만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워케이션 시설로 개선하고 화상회의실이나 PC 등도 갖춰 나가겠다"고 밝혔다.
재택이나 원격근무 형태가 일상화되는 코로나19 시대 워케이션은 대안관광으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잔디가 58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9월 초 워케이션 선호도 조사를 했더니 77.6%가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특히 워케이션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답변한 기업은 82.8%나 됐다.
워케이션 기간은 1주일(34.5%), 3일(32.8%) 등이었고, 가격대는 5만원 초과~10만원 이하(34.5%), 10만원 초과~15만원 이하(34.5%)였다.
워케이션 도입시 고려 요소는 장소(46.6%), 가격(24.1%), 숙소(15.5%) 순이었고, 워케이션 참여 시 근무외 시간 활용 방법으로는 맛집 탐방과 로컬투어(50%), 서핑이나 캠핑, 등산(36.2%) 등을 꼽았다.
다만 워케이션 진행에 가장 부담이 되는 요소로는 원격근무에 대한 부정적 인식(34.5%), 업무 특성상 이동 불가능(22.4%), 시간적 여유부족(15.5%), 팀 단위 활동에 대한 부담(15.5%) 등을 꼽았다.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2020~2021년 구글·네이버 등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워케이션 흐름을 진단한 보고서에 따르면 워케이션 성장 가능성과 선호도가 높은 지역으로 제주가 꼽혔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치밀하게 준비한다면 워케이션은 제주 관광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