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곽 전 의원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을 받았거나 받기로 약속했다는 이른바 '50억 약속 클럽'의 일원으로 거론된 인물 가운데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는 곽 전 의원이 처음이다.
곽 전 의원은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사업 이익금 분배 제안과 맞물린 청탁을 받아 하나은행과 화천대유 간 컨소시엄 구성에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 취업한 아들 병채씨를 통해 퇴직금 등 명목의 25억 원(세전금액 50억 원)을 수령한 혐의를 받는다.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는 2015년 6월 화천대유에 1호 사원으로 입사해 근무하다가 올해 3월 퇴사하면서 퇴직금과 위로금 등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사실이 지난 9월 CBS노컷뉴스 보도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보도 직후 곽 전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탈당했고 이어 사직안이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며 의원직을 상실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김만배씨로부터 사업 이익금을 나눠 주겠다는 제안과 함께 '하나은행이 화천대유가 구성한 컨소시엄에 잔류하도록 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아, 이를 하나은행 임직원에게 부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경쟁관계였던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한 A사의 모회사 B사 측이 하나은행 측에 자산관리회사 지분 일부를 내주겠다는 조건으로 포섭을 시도하자 김씨가 곽 전 의원에게 부탁해 위기를 모면했고 이 대가가 6년 뒤 곽 전 의원 아들 병채씨가 받은 퇴직금이었다는 게 해당 혐의와 관련된 의혹의 골자다. 검찰은 영장에 곽 전 의원의 부당이익을 50억 원이 아닌 25억 원으로 적시했는데, 이는 곽 전 의원 아들의 실제 퇴직금과 세금 등을 제하고 산정한 금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 초기에는 뇌물수수 혐의 적용을 검토했지만 의혹이 제기된 시기인 2015년 곽 전 의원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았다는 뇌물 혐의 적용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이번 영장청구도 국회의원 부분은 거론되지 않았고 하나은행 알선수재 혐의만 거론됐지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부탁을 받고 누구에게 어떠한 청탁을 했는지는 드러나지 않는다"며 "제가 이러한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검찰에서 이 부분을 특정하지 못할 것이다. 무고함을 법정에서 밝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까지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는 등 도주 우려가 사실상 적은 곽 전 의원인 만큼 영장실질심사에서 쟁점은 곽 전 의원의 혐의의 소명 여부에 집중될 전망이다. 곽 전 의원 측은 구체적인 청탁 내용과 대상자를 특정하지 않았다는 등 범죄사실 구성이 허술하다고 지적하는 가운데, 검찰은 김만배씨 동업자인 정영학 회계사의 관련 진술 외에도 또 다른 관련자 조사 결과와 강제 수사로 확보한 증거들로 곽 전 의원의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병채씨와 곽 전 의원 외에도 컨소시엄 구성 실무자이자 성남시 관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인물로 지목된 하나은행 이모 부장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수차례 진행했다. 하나은행 포섭을 시도했다고 파악된 B사의 실무자도 최근 조사했다.
곽 전 의원의 구속 여부는 최근 본격화된 '50억 약속 클럽'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6일과 27일 이틀 동안 50억 클럽에 거론된 인물들인 곽 전 의원, 박영수 전 특별검사,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그리고 권순일 전 대법관을 연달아 소환 조사했다.
이중 가장 수사가 진척된 곽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남은 인물들에 대한 의혹 규명 수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지만, 반면 영장이 기각될 경우 보강 조사 등으로 수사에 어느 정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곽 전 의원에 대한 구속 여부는 영장실질심사 후 오후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