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박원순 성희롱 근거 내달라"…인권위 "2차가해 우려"

지난 3월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인정한 주요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인권위에 요구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종환 부장판사)는 30일 박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씨가 "인권위의 직권조사 결과 등 권고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2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소의 적법 여부가 문제 되는 상황에서 실체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인권위가 박 전 시장의 성희롱과 추행 등이 있었다고 판단하게 된 주요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인권위 결정문에 언급된 제3자의 진술이나 포렌식 결과, (문자)메시지 내용 등이다.
   
이에 인권위 측은 "결정문에 어떤 자료를 근거로 판단을 내렸는지 충분히 기재했다"며 "2차 가해가 심각했던 사건인 만큼 피해 사실에 관한 자료가 제출되고 공개될 경우 예측할 수 없는 추가 인권침해가 일어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부인 강난희 여사.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월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성희롱 등 의혹을 직권조사해 관련 비위가 인정된다는 판단을 내리고 서울시 등 관계기관을 대상으로 피해자 보호와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 권고를 결정했다.
   
이에 강씨 등이 해당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인권위는 "성희롱·추행과 관련해 서울시의 대응 문제를 살피는 차원에서 조사가 진행됐고 처분의 상대방도 박 전 시장이 아닌 당시 서울시장 권한대행과 경찰청장, 여성가족부 장관"이라며 제3자인 강씨가 이번 결정취소를 요구할 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상황이다.
   
재판부는 이날 "(본안심리에 앞서) 원고적격 여부를 살펴야 하지만 인권위에서도 주문을 내리게 된 근거를 예비적으로는 설명해야 할 것 같다"며 인권위 측에 협조를 구했다.
   
재판부는 요구한 자료들이 갖춰질 경우 내년 1월 18일 3차 변론으로 재판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