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 (변호사)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봅니다.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손수호>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다룰 사건, 곰 얘기라고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곰 탈출에 숨은 비밀입니다.
◇ 김현정> 사실은 잊을만하면 곰 탈출 기사가 나와요.
◆ 손수호> 7월에도 곰 탈출 사건으로 떠들썩했죠. 그때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탈출한 경기도 용인의 그 곰 사육 농장에서 넉 달 만이죠. 지난 22일 또 곰이 탈출했습니다.
◇ 김현정> 같은 곳이었어요?
◆ 손수호> 네, 이번에는 1마리 아니고요. 5마리입니다.
◇ 김현정> 다섯 마리. 처음에 못 잡았다 이런 얘기 나오고 했는데 지금은 다 잡았습니까? 어떻습니까?
◆ 손수호> 5마리 중에 2마리는 생포했고요. 2마리는 사살했고 나머지 1마리를 찾기 위해서 수색 중입니다.
◇ 김현정> 주민들은 상당히 지금 공포스러우실 것 같아요.
◆ 손수호> 그렇죠. 신고를 받은 용인시가 곧바로 주민들에게 긴급안전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한 마리 잡지 못했기 때문에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니, 불과 넉 달 전에도 떠들썩했는데 왜 똑같은 일이 또 벌어진 겁니까?
◆ 손수호> 그때 사실 농장주가 몇 마리 탈출했다고 신고했는지 알고 계세요?
◇ 김현정> 2마리 아니에요?
◆ 손수호> 그렇죠. 한 마리는 잡았거든요. 다른 한 마리는 20일 가까이 못 잡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했는데 그런데 알고 보니까 탈출한 게 두 마리가 아니라 한 마리였어요. 곰 우리에 주저앉은 바닥 틈으로 한 마리가 빠져나갔던 거죠.
◇ 김현정> 그러면 다른 1마리는요.
◆ 손수호> 농장주가 불법으로 곰 한 마리를 도축하고서는 그걸 숨기기 위해서 2마리가 도망친 걸로 허위 신고했던 겁니다.
◇ 김현정> 그래서 그때 농장주 구속되고 그거군요.
◆ 손수호> 공무집행방해, 구속됐고요. 그런데 농장주가 그렇게 구속되고 나니까 농장에 있던 곰 16마리가 돌보는 사람도 없이 방치됐습니다.
◇ 김현정> 주인이 잡혀가고 나서 이걸 정부에서 관계 기관에서 돌봐준다든지 그게 아니었어요?
◆ 손수호> 농장주가 가지고 있는 적법한 사유재산으로 평가됐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농장에 방치됐고 그래서 곰을 그냥 둘 수 없으니까 돌보기는 했어요. 이 야생생물 보호법이 있는데요. 이 법에 의해서 만들어진 법정 법인이 있습니다. 야생생물관리협회, 여기에 소속된 유해동물 포수단이 한강유역 환경청으로부터 위탁을 받아서 관리를 했어요. 매일 오전 오후에 곰에게 먹이 주고요. 돌본 건데 그때 그 일을 한 담당자가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아서, 또는 일부러 문을 열어줘서 이번에 다섯 마리가 탈출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지난 7월처럼 어디 틈으로 도망간 게 아니고 그냥 열린 문으로 그냥 나간 거네요.
◆ 손수호> 네, 실제로 그 농장에 철제 사육장이 파손 된 게 없어요. 그리고 인근 도로변에 CCTV가 있는데요. 영의 상을 보면 이거를 관리한 포수들 외에는 드나든 곳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사육장의 비밀번호는 포수들끼리 공유했거든요. 그래서 경찰은 돌본 포수의 실수 또는 고의에 의해서 다섯 마리가 도망쳤다고 보고 있어요.
◇ 김현정> 포수의 실수라고 하면 이해가 가는데 고의로 본다는 것은 고의로도 볼 수 있다는 건 무슨 말입니까?
◆ 손수호> 아직 경찰이 다 밝혀내지는 못했습니다마는 일단 3가지 가능성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열악한 사육환경을 보고 곰이 불쌍해서 일부러 풀었을 가능성.
◇ 김현정> 너무 불쌍해서 일부러 풀어줬다. 그런데 얘네들 잡히면 사살되거나 생포되거나 굉장히 안 좋아지는데 그렇잖아요.
◆ 손수호> 또 주민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고 첫 번째 주장은 설득력이 상당히 떨어지죠.
◇ 김현정> 두 번째는요?
◆ 손수호> 불법 도축 가능성이 있습니다.
◇ 김현정> 이건 무슨 말입니까?
◆ 손수호> 현재 사육용 곰의 처분을 독려하기 위해서 10년생 이상 10살 넘으면 웅담 판매를 허용하거든요. 게다가 불법이지만 곰 곰기름, 곰 발바닥. 이런 것도 판매하고 있어요. 불법으로. 한 마리 도축하면 5000만 원 벌 수 있거든요.
◇ 김현정> 큰돈이네요.
◆ 손수호> 그러나 이것도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습니다.
◇ 김현정> 두 번째도.
◆ 손수호> 일단 5마리 중에 네 마리가 잡혔어요. 도축이었다면 어디에선가 처리를 했겠죠. 게다가 남은 한 마리 어디론가 빼돌려서 처리했다면 마취를 시키고 차로 옮겼을 텐데요. CCTV 영상에 그런 것도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럼 첫 번째 가능성, 두 번째 가능성 다 희박해 보이고 세 번째 가능성은 뭐예요?
◆ 손수호> 관리하기 힘들어서 그냥 몇 마리 풀어줄 가능성도 있는 거죠.
◇ 김현정> 고의로 놔줬다.
◆ 손수호> 농장 관리 주체가 한강유역환경청인데요. 먹이주고 관리하는 것은 민간단체에게 맡긴 겁니다. 그런데 주민들에 따르면 이 일을 맡은 민간단체 담당자들이 생업이 있는 거예요. 생업과 병행하느라고 신체적, 경제적 어려움을 주변에 토로해 왔다고 합니다.
◇ 김현정> 보수를 받으면서 하는 게 아니었을까요.
◆ 손수호> 그래도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곰을 풀어주면 그게 본인하고도 맞닥뜨릴 수도 있는 거고 위험한데 설마 그랬겠어요.
◆ 손수호> 그렇죠, 그래서 경찰의 조사결과를 지켜봐야 되겠지만 일부러라기 보다는 피로가 겹치면서 우연치 않게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았다. 그래서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굉장히 커 보여요. 왜냐하면 일부러 풀어줬다면 사실 그 곰이 나와서 그 포수를 헤칠 수도 있거든요. 내가 문을 열어둘 테니 한 시간 뒤에 나와라, 사람처럼 할 수도 없는 거고 그런데 여기서 꼭 짚어봐야 될 게 있습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마는 어쨌든 탈출했잖아요.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 김현정> 지금 인터넷에서는 이 사건을 두고 영화 쇼생크탈출에 빗대서 곰생크탈출이라고 부를 정도로 이렇게 부를 정도로 곰 탈출 사례가 빈번해요. 꽤 잦아요. 이 근본 원인부터 짚어봐야 될 것 같습니다.
◆ 손수호> 우선 열악한 사육 환경을 꼭 지적해야 되겠죠. 이른바 뜬장에 살고 있지 않습니까? 배설물도 제대로 치워주지 않고
◇ 김현정> 얘네들도 뜬장 살아요? 뜬장이라고 하면 바닥에 발을 못 디딘다는 거잖아요. 왜냐하면 배설물 치우기 쉽게 하려고.
◆ 손수호> 그렇게 했는데 그나마 배설물도 잘 안 치워요. 또 덩치에 비해서 굉장히 좁은 우리에 갇혀 살고 있는 거죠. 이렇게 환경이 엉망이다 보니까 결국은 틈나는 대로 도망가게 되는 경우. 또 불법 증식과 불법 도축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 사육 환경이 사진으로 보여지고 있죠.
◇ 김현정> 사육장이 뜬장인데 그나마도 다 녹슬었어요. 저런 데에 사나 싶을 정도인데. 저 녀석들, 반달가슴곰, 보호 대상 아닙니까?
◆ 손수호> 그렇습니다. 멸종위기종이죠. 곰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과 우리나라입니다.
◇ 김현정> 어떻게 저렇게 버젓이 사육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불법 아닌가요?
◆ 손수호> 현재 곰 사육은 합법입니다. 여기에 굉장히 복잡한 배경에 있어요. 이게 굉장히 중요한데. 정부가 80년대 초반에 농가소득증대를 위해서 웅담 채취를 위한 곰 수입과 사육을 권장했습니다. 하지만 80년대 중반에 곰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되면서 곰 수출입이 금지됐거움 우리 정부도 국제적인 여론 압박에 의해서 4년 만에 곰 수입을 금지하고 곰 산업 끝내자라고 결정을 합니다. 그런데 그때까지 이미 500여 마리가 수입됐어요. 이 수를 줄이기 위해서 결국은 중성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 김현정> 지금까지 수입한 건 어쩔 수 없지만 더 이상 번식은 못하게 하겠다. 이런 거였군요. 그럼 정부 말 듣고 그때 곰 사육에 나섰던 농장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겠는데요.
◆ 손수호> 그렇죠. 농민들이 강력히 항의했거든요. 그래서 정부가 2가지 방향에서 정책을 취합니다. 첫 번째. 농가소득 보장을 위해서 웅담채취를 허용하는 겁니다. 즉, 10년 이상 기른 10살 이상 기른 곰에 대해서 웅담 채취만 허용한 거죠. 10살 넘기면 약 19g 정도에 불과한 쓸개만 채취하고 나머지 사체는 다 폐기하라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웅담 채취가 다 불법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합법이었네요. 그러면.
◆ 손수호> 그렇죠.
◇ 김현정> 놀랍게도 합법이었네요. 중성화사업을 했다면서요. 그러면 어쨌거나 점점점 개체 수는 줄어들기는 줄어들었습니까?
◆ 손수호> 바로 그 부분이 문제인데요. 정부가 당시 그 농가 반발을 달래면서 이렇게 했어요. 사실 지금까지 키운 사육용 곰들만 웅담 채취 가능하다 명확하게 말을 하고 관리와 규제를 했어야 되는데 이렇게 말 한 겁니다. 앞으로 곰은 사육용 곰과 전시 관람용으로 나누고 사육용 곰은 중성화해서 개체 수를 줄여서 이 곰 산업을 끝내겠지만 전시 관람용 곰은 예외로 하겠다.
◇ 김현정> 곰 사육 농가에서는 그러면 전시 관람용 곰을 키운다. 그 정도 전시 관람용 곰 수요가 있습니까?
◆ 손수호> 그렇지가 않죠. 그러다 보니까 농장주들이 말로는 전시 관람용 곰입니다. 이렇게 해놓고 실제로 그 곰을 계속 번식 시켜서 도축을 해서 불법으로 웅담을 얻게 된 거죠.
◇ 김현정> 그래서, 그래서 지금까지 개체 수가 크게 줄이 않고 완전 없어지지 않고 계속 명맥을 이어오는 거군요. 현재 실태는 어떻습니까?
◆ 손수호> 환경부와 동물보호단체들에 따르면 전국 26곳의 농장에서 약 400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농장 수나 개체 수는 조사 시기에 따라 약간 다르긴 해요. 여전히 사육용 곰의 불법 증식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또 웅담을 채취한 후에 불법이지만 곰 기름, 또 곰 발바닥, 이런 것까지 불법으로 가공해서 판매를 하고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곰기름이요?
◆ 손수호> 네, 그렇기 때문에 마리 당 5000만 원을 벌 수 있는 거예요.
◇ 김현정> 이거는 먹는 건 다 불법이죠?
◆ 손수호> 그럼요. 곰 식용은 법에 의해서 금지됩니다. 웅담 이외에는 어떤 부위도 먹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법원 판례도 있어요. 심지어 도축업자가 웅담은 판매하고 나머지 부분은 판매하지 않고 직접 먹는 것도 금지됩니다. 그것도 불법이거든요. 그만큼 적극 보호하는 거죠.
◇ 김현정> 주인이 잡아먹어도?
◆ 손수호> 안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지금도 불법 도축 후에 웅담 빼낸 다음 곰을 끔찍하지만 부위별로 해체하고 다 거래해요. 심지어 이런 업자들이 이런 말도 했습니다. 곰은 버릴 곳 하나없이 다 먹을 수 있다.
◇ 김현정> 지금 저희가 유튜브와 레인보우로 보호단체에서 찍어서 사진들 저희가 보여드리고 있는데 곰 도축 현장의 사진입니다. 저거 다 불법이거든요. 저렇게 한다는 이유는 어디에 수요가 있다는 얘기잖아요. 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잖아요.
◆ 손수호> 심지어 전단지를 만들어 뿌리기도 하죠. 굉장히 끔찍한 일인데 사실 지난번에 구속된 농장주 있잖아요. 그 농장주도 올해 이미 처벌 받았어요. 올해 2월에 다른 곰을 보는 앞에서 곰을 도축해서 웅담, 곰기름, 곰발바닥 채취한 혐의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선고받은 적이 있는 사람입니다.
◇ 김현정> 이렇게 끔찍한 불법 사육 도축을 당국이 못 막나요?
◆ 손수호> 사실 이런 불법행위들 적발되면 대체로 몇 백만 원 벌금에 그치거든요. 그런데 걸리지 않으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많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불법을 자행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고요. 게다가 불법으로 증식해서 태어난 곰도 정부가 이절 어떻게 처리해야 되나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거예요. 결국 환경부 관계자도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불법행위를 다 잡아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었죠.
◇ 김현정> 여러분 곰 탈출 뉴스가 나올 때마다 우리나라는 웬 곰이 저렇게 많아? 왜 저렇게 많이 탈출해? 이런 생각들 하셨을 텐데 곰 탈출에 이런 비밀들이 숨어 있었네요. 상당 수가 불법을 증식되고 있고 증식되고 있고 도축되고 있다는 사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됩니까?
◆ 손수호>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2005년 이후에 사육곰 문제에 지원된 국비가 60억 원이라고 하고요. 그중 대부분이 중성화 사업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우선 정부가 구상하는 대책이 빨리 시행돼야 돼요. 우선 불법 도축용 곰을 데려다가 정부가 보호하고 중성화를 해야 되는데 이때 보호시설이 필요합니다. 물론 최근에 정부가 3~4년 뒤로 예정된 이런 곰 보호시설 완성을 앞당긴다고 밝혔습니다마는 약간 늦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처벌 수위도 현실화해서 강력한 처벌로 이어져야 이런 불법 행위가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요. 아울러 탈출한 5마리 중에 아직 잡히지 않은 한 마리 안전하게 생포돼서 보호시설로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탐정 손수호>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