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가상현실 세계로 초대합니다…'울트라월드'

국립극장 제공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자신의 아바타 하나쯤은 갖고 있는 시대에 맞춤한 연극 한 편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11월 25~27일)에서 관객을 만났다.

연극 '울트라월드'는 게임 속 가상현실을 무대 위에 구현했다. 관객은 게임 유저가 되어 가상현실 속 주인공인 아바타 '프랭크'의 여정을 따라간다. 게임은 110분간 지속되는데, 울트라월드에 로그인한 관객은 현실과 가상현실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프랭크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울트라월드에 갇혀 게임에 참여한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게임 속에 던져진 그는, 답답한 이 곳에서 탈출하려 애쓰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결국 프랭크는 주어진 운명과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아바타의 불쌍한 최후'라는 식의 결말로 향하지는 않는다.

국립극장 제공
오히려 통제당하는 프랭크의 모습을 통해 '현실 속 우리의 삶'을 자각하게 만들고, 결말 부분에서 태양의 말(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라)을 빌어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국립극장이 5년 만에 선보인 해외초청작 '울트라월드'는 독일 폴크스뷔네 극장이 2020년 1월 초연한 신작이다. 폴크스뷔네의 협력 연출가로, 현재 독일어권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자네 케네디가 극작·연출했다.

2013년 독일에서 '올해의 신진 연출가'로 선정되기도 한 주자네 케네디는 다양한 기술과 시각효과를 활용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연출 스타일로 유명하다. '울트라월드' 외에도 최근 복제인간(문제에 처한 여자·2017), 아바타(다가오는 사회·2019), 가상현실(아이앰·2021)을 소재로 한 작품을 잇달아 내놓았다.

무대 위에 창조한 가상현실 게임 세계 울트라월드는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관객의 눈길을 잡아끈다. 무대 디자인은 마르쿠스 젤크가 맡았다. 주자네 케네디와는 2016년 멀티미디어 연극 '메데아 매트릭스'를 시작으로 다수의 작품을 함께 했다. '울트라월드'로 2020년 파우스트 연극상에서 무대미술상을 수상했다.

2020년 지구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상현실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현실에 녹아들었다. 현실과 가상현실을 동시에 살아가는 2021년 우리에게 이 연극은 말한다. '진짜 나'는 내 마음 속에 있다고. 
국립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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