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을 전혀 쓰지 않고 모을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실제로는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긴 기간이 걸리는 것인데,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 기간은 7년 가까이 늘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 4천만 원을 넘었고, 경기 아파트 평균 매매가도 서민담보대출 규제선인 6억 원을 넘겼다.
중위가구, 서울 중간 값 집 마련에 10.9년→17.6년
29일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을 보면 올해 9월 서울 소득 중위가구(3분위)의 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17.6으로 집계됐다.
PIR은 주택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중위소득 계층이 급여를 한 푼도 쓰지 않고 17.6년을 모아야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해당 수치는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의 가구소득과 KB의 주택가격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됐다.
PIR은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크게 늘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5월 서울의 PIR은 10.9였는데 집값이 급등하면서 비율이 급등했다.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가구 소득까지 줄면서 올해 6월에는 PIR이 18.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후 해당 비율이 다소 줄었다.
경기 아파트 평균가 6억 돌파…서민대출 이용불가선 턱밑까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12억1639만원)보다 2090만원 오른 12억3729만원을 기록했다. 강북 지역(한강이북 14개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8356만원으로 10억 원에 다가섰고, 강남 지역(한강이남 11개구) 평균매매가는 14억7325만원으로 대출금지선인 15억 원 턱밑까지 다다랐다.
경기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6억19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5억1161만원) 5억원을 넘은 데 이어 7개월 만에 6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경기도 아파트 값은 최근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인해 이달 상승률(1.63%)이 올해 들어 최저를 기록했으나 11월까지의 누적 상승률은 28.53%에 달했다. 이는 지난 한 해 연간 상승률(13.21%)의 두 배가 넘는 것이자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2006년(28.44%)의 연간치 기록마저 갈아치웠다.
6억원은 대표적인 서민 주택담보대출로 분류되는 보금자리론으로 구매 가능한 주택 가격이다. 보금자리론은 부부합산 연소득 7천만원(신혼부부는 85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6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약정 만기 최장 40년 동안 2~3%대의 고정금리로 매달 원리금을 상환하는 주택담보대출이다.
집값 상승률은 둔화…강남도 하락 전망 많아져
평균 매매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상승률은 둔화되고 있다.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달(1.10%) 보다 상승폭이 줄어든 0.73% 상승률을 보였다. 경기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달(1.27%)과 유사한 1.28% 상승률을 보였고, 인천은 지난달(1.78%)보다 상승폭이 축소된 1.54%로 나타났다.
향후 집값 전망도 하락이 우세해졌다. 특히 집값 상승의 '진앙'으로 꼽히는 강남 지역에서도 하락 전망이 더 많아졌다.
KB부동산은 전국 4000여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지역의 가격이 상승할 것인지, 하락할 것인지 조사해서 발표하는데 11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전망지수는 기준점(100) 아래인 99를 기록해 지난달 115의 상승 기대감에서 낮아졌다. 지수가 100을 초과하면 '상승' 비중이 높다는 것을, 100 미만일 경우 '하락'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의 매매가격 전망지수도 지난달(113)보다 낮아진 94를 기록했다. 강남 지역 매매가격 전망지수도 지난해 5월(90.3) 이후 1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94.8로 떨어지면서 하락 전망이 우세해졌다. 강북 매매가격 전망지수도 지난달(112.1)보다 하락한 93.4로 나타났다.
경기(116.8→96.2)와 인천(115.2→100.2)의 매매가격 전망지수도 모두 지난달 대비 하락했고, 수도권 매매가격 전망지수도 지난해 4월(94.6) 이후 가장 낮은 95.9를 기록했다.